편의점 진열대와 대형마트 행사 매대에 ‘녹색소비’ 문구가 붙기 시작했다. 친환경 제품을 고르는 일이 거창한 캠페인에 머물지 않고, 할인 쿠폰과 포인트 적립을 따라 장바구니 안으로 들어오는 흐름이다.
한국소비자원이 2025년 5월 전국 20~64세 성인 1000명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6.7%는 친환경 제품을 구입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이 가운데 95.0%는 일반 제품보다 가격이 다소 비싸더라도 친환경 제품을 살 의사가 있다고 응답했다. 친환경 소비가 ‘좋은 일’이라는 인식을 넘어 실제 구매 선택지로 들어왔다는 뜻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와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은 이달 30일까지 ‘2026 녹색소비주간’을 운영한다. 올해 주제는 ‘6월엔 녹색사자! 혜택으로 돌려받자’다. 녹색제품 구매에 할인 쿠폰, 추가 적립, 포인트 혜택을 붙여 소비자가 직접 가격 혜택을 체감하도록 한 것이 핵심이다.
녹색소비주간 홈페이지에는 BGF리테일·GS리테일·롯데마트·이마트 등 19개 유통사가 참여 기업으로 이름을 올렸다. 유통업체들은 별도 기획전과 증정 행사, 적립 이벤트를 앞세워 고객 접점을 넓히고 있다.
GS리테일은 저탄소제품과 녹색소비 행사 상품을 대상으로 추가 증정 행사를 진행한다. 일부 생수와 음료, 세제, 라면 제품은 1+1, 2+1, 3+1 방식으로 판매한다. 소비자가 평소 구매하던 생필품 안에서 녹색제품을 접하도록 한 구성이다.
롯데마트는 친환경 인증 상품을 1만원 이상 구매한 고객에게 구매 금액의 5%를 엘포인트로 추가 적립해준다. 대상 품목은 환경표지, 저탄소 인증 제품과 무농약·유기농산물 인증 상품 등 350여 종이다. 자체브랜드 ‘오늘좋은’의 저탄소 인증 상품 4종은 20% 할인 판매한다.
세븐일레븐은 녹색제품 구매 고객을 대상으로 스탬프 이벤트를 연다. 스탬프 5개를 모으면 모바일상품권 5만원권 등 경품에 자동 응모된다. 롯데온은 녹색소비주간 10% 할인 쿠폰을 제공하고, 화장지·과자·세제 등 녹색제품 할인전을 운영한다.
이마트와 이마트24도 친환경 제품 일부 품목과 저탄소 제품을 할인 판매한다. SK스토아는 녹색제품을 한곳에 모은 기획전을 운영하고, 신규회원에게 최대 5000원까지 할인되는 50% 쿠폰을 제공한다. 3만원 이상 구매 고객에게는 최대 1만원까지 할인되는 15% 쿠폰도 준다.
이번 행사의 특징은 친환경 소비를 당위보다 혜택으로 풀어낸 데 있다. 소비자가 환경을 생각해 제품을 고르는 마음은 커졌지만, 실제 구매 앞에서는 가격과 접근성이 여전히 중요하다. 같은 제품군 안에서 가격 차이가 크게 벌어지면 친환경 제품은 쉽게 뒤로 밀린다.
유통업계가 할인과 적립을 앞세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녹색제품을 한 번 경험하게 만들고, 그 경험을 반복 구매로 이어가야 시장이 커진다. 장바구니 안에서 선택받지 못한 ESG는 기업 보고서 안에만 남는다.
친환경 행보도 6월 한 달 행사에 그치지 않는 흐름이다. BGF리테일은 2012년부터 페이퍼리스 캠페인을 이어오고 있다. 결제 과정에서 종이 영수증을 고객 선택에 따라 선별 출력하도록 해 종이 사용량을 줄이고, 절감 비용을 환경 보호 사업에 활용하는 방식이다. 최근에는 해당 기금으로 몽골 나무 심기 활동도 진행했다.
쿠팡은 한국환경산업기술원과 2022년부터 녹색제품 판매 활성화를 위한 협업을 이어오고 있다. ‘쿠팡 착한상점’ 안에 정부 인증 녹색제품 기획전을 별도로 구성해 소비자가 관련 상품을 쉽게 찾도록 했다.
무신사는 패션 폐기물 문제에 초점을 맞췄다. 지난 3월 시작한 ‘무한대 프로젝트’를 통해 입점 브랜드의 남은 재고, 샘플, 원단을 수거해 재사용하거나 재활용하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 판매 뒤 남은 물건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가 패션 플랫폼의 ESG 과제로 떠오른 셈이다.
유통업계의 친환경 마케팅은 당분간 더 넓어질 가능성이 크다. 소비자는 친환경 제품에 관심을 보이고, 정부는 녹색제품 소비 기반을 넓히려 한다. 기업 입장에서도 ESG 경영을 매장과 앱 화면에서 보여줄 수 있는 소재가 필요하다.
문제는 지속성이다. 할인 기간이 끝난 뒤에도 소비자가 같은 제품을 다시 집어 드는지, 기업이 행사성 문구를 넘어 공급망과 포장, 폐기물 관리까지 바꾸는지가 관건이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에는 친환경 제품이 일부 소비자의 선택지에 가까웠다면 최근에는 가격과 품질이 뒷받침될 경우 일반 상품과 함께 비교·구매되는 단계로 들어섰다”며 “기업 입장에서도 단순 홍보성 캠페인보다 소비자가 실제 구매 과정에서 친환경 제품을 자연스럽게 선택할 수 있도록 혜택과 접근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