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북중미 월드컵 개막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유통·식품업계가 응원 마케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과거 월드컵 특수가 치킨과 맥주, 거리응원에 몰렸다면 올해는 흐름이 조금 다르다. 경기 시간이 밤이 아닌 평일 오전으로 잡히면서 출근길 간편식과 점심 먹거리, 사무실·집 시청 수요가 전면에 섰다.
7일 방송통신위원회의 ‘2024 방송매체 이용행태조사’에 따르면 전체 OTT 이용률은 79.2%였고, OTT 이용 시 스마트폰을 통한 이용률은 91.2%에 달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4 온라인동영상서비스 이용행태 조사’에서도 유료 OTT 이용자의 15.4%가 스포츠 중계 시청을 위해 구독한 것으로 조사됐다. 월드컵 시청이 거실 TV 앞 단체 응원에서 모바일·OTT 중심의 분산 시청으로 옮겨간 배경이다.
가장 빠르게 움직인 곳은 편의점이다. 한국 대표팀 조별리그 경기가 모두 한국시간 오전 10∼11시에 열리면서 야식보다 아침·점심 시간대 수요를 겨냥한 상품 구성이 늘었다.
CU는 후라이드 치킨, 한입쏙쏙 핑거치킨, 자이언트 순살 치킨 등 3종을 대표팀 경기 전날과 당일, 다음 날까지 3일간 할인 판매한다. 닭다리순살꼬치, 휴게소소시지바, 통새우꼬치 등 즉석 후라이드 제품과 맥주, 아이스크림 등 하절기 상품 할인도 함께 진행한다.
GS25도 대표팀 경기가 있는 12일, 19일, 25일에 치킨·피자·맥주·안주류 할인 행사를 연다. 젊은 고객층이 많은 GS25 홍대레드로드점은 스포츠 축제 분위기를 살린 매장 연출을 적용한다.
세븐일레븐은 ‘집관족’을 겨냥해 즉석치킨 할인 프로모션을 온오프라인에서 진행한다. 픽업 주문과 제휴카드 결제 혜택을 묶어 경기 관람 전후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메뉴 수요를 노린다.
대형마트도 응원 먹거리 행렬에 합류했다. 이마트는 수입맥주와 냉동 치킨 할인·증정 행사를 진행하고, 롯데마트는 치킨과 맥주뿐 아니라 오전 시간대에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스낵, 과일, 대용량 음료까지 행사 품목에 포함했다. 신세계백화점은 감자칩과 수입 간식류를 앞세워 집에서 경기를 보는 소비자를 겨냥한다.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의 분위기는 상대적으로 차분하다. 경기 시간이 밤이 아닌 오전이다 보니 과거처럼 배달 주문이 한꺼번에 몰리는 특수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제너시스BBQ는 월드컵 특화 캠페인 대신 기존 ‘버라이어티팩’ 판매와 할인 행사를 강화한다. bhc도 특정 이벤트에 편승하기보다 애플리케이션 중심의 상시 혜택을 앞세우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공식 스폰서가 아닌 기업은 ‘월드컵’ 명칭을 마케팅에 직접 쓰기 어렵다는 점도 변수다. 이 때문에 업계는 ‘축구경기’, ‘응원’, ‘집관’ 같은 표현을 활용해 간접적으로 분위기를 살리고 있다.
한 치킨업계 관계자는 “예전처럼 밤 경기를 보며 치킨을 시키는 구조와는 다르다”며 “올해는 대규모 한방 행사보다 경기 시간 전후로 부담 없이 주문할 수 있는 메뉴와 할인 혜택을 연결하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주류업계와 패션업계는 체험형 콘텐츠와 상징 색상에 집중하고 있다.
오비맥주는 서울 강남역 인근에서 ‘카스 피파 월드컵 팬 베이스캠프’ 팝업스토어를 운영한다. 카스는 월드컵 공식 스폰서인 만큼 대회명을 활용한 마케팅이 가능하다. 칼스버그코리아는 할인점과 편의점을 중심으로 ‘풋볼 에디션’ 캔을 선보이고 집에서 즐기는 맥주 콘셉트의 광고를 진행 중이다.
손흥민을 앞세운 마케팅도 이어지고 있다. 롯데웰푸드는 손흥민을 모델로 한 월드콘 프로모션을 진행하며 친필 사인 유니폼 등을 경품으로 내걸었다. 하이트진로는 ‘테라 X SON7 에디션’을 통해 손흥민 이미지를 활용한 제품 마케팅을 펼쳤다.
패션업계는 한국 대표팀의 상징색인 빨간색을 전면에 내세웠다. LF 헤지스는 서울 중구 플래그십 스토어 ‘스페이스H 서울’ 외관 조명을 빨간색으로 연출하고, 빨간색 셔츠·스웨터·티셔츠 제품군을 확대했다. 리복도 유니폼 상품을 중심으로 빨간색 제품 비중을 높였다.
무신사는 국가대표 유니폼 구매 고객을 대상으로 원하는 선수 이름과 배번을 새길 수 있는 마킹 서비스를 선보였다. 서울 성동구 ‘무신사 메가스토어 성수’에서는 아디다스 월드컵 팝업 이벤트도 진행한다.
이번 대회의 특징은 ‘시간’이다. 한국 대표팀은 6월 12일 오전 11시 체코전, 19일 오전 10시 멕시코전, 25일 오전 10시 남아프리카공화국전을 치른다. 모두 평일 오전이다. 직장인과 학생 상당수는 집이 아닌 사무실, 학교, 이동 중 모바일 화면으로 경기를 접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유통업계의 계산도 달라졌다. 맥주와 치킨만으로는 부족하다. 출근길에 살 수 있는 샌드위치와 주먹밥, 사무실에서 나눠 먹기 좋은 간식, 점심시간 전후로 먹는 즉석식품이 함께 묶인다. 월드컵 특수가 야식 매출이 아닌 ‘낮 시간대 간편식 수요’로 번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시청 방식이 모바일과 OTT로 나뉘면서 한 장소에 모여 응원하는 문화가 예전보다 약해졌다”며 “올해는 경기 시간도 오전이라 대형 캠페인보다 실제 구매로 이어지는 간편식·간식·상시 할인 전략이 더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