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야간거래(오전 2시 마감)에서 원·달러 환율이 장중 1560원을 넘어서며 고환율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환율이 14거래일째 1500원선에서 내려오지 못하면서 올해 2분기 원·달러 평균 환율은 구제금융 사태 이후 28년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환율 상승의 주 요인으로 외국인의 국내 증시 매도세가 꼽혀, 당분간 환율 안정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7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지난 6일 야간거래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장중 최고 1561.5원까지 치솟았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3월6일(장중 고가 1597.0원) 이후 17년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날 환율은 주간거래 종가(1539.1원)보다 19.9원 높은 1559.0원으로 야간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15일부터 환율이 1500원대에서 내려오지 못하면서 2분기 평균 환율은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사태 이후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2분기 들어 지난 5일까지 평균 환율(주간거래 종가 기준)은 1490.98원으로, 1998년 1분기(1596.88원) 이후 약 28년 만에 가장 높았다.
공항 환전 환율은 이미 1600원을 넘어섰다. 지난 6일 기준 하나은행 고시 공항 영업점 환율은 1624.00원이다.
원화는 최근 주요국보다 유독 약세를 보이고 있다. 이달 들어 달러 대비 원화 가치는 일주일 새 3.48% 하락해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3.54%)에 이어 주요국 중 두 번째로 낙폭이 컸다. 같은 기간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인 달러인덱스가 1.2% 상승한 것과 비교하면 원화가 더 민감하게 움직였다.
통상 원화와 동조화 경향을 보이는 일본 엔화(-0.65%), 대만 달러(-0.55%)보다도 하락폭이 두드러졌다. 인도네시아 루피아(-0.87%), 태국 바트(-1.10%) 등 신흥국은 물론 영국 파운드(-0.82%), 스위스 프랑(-1.93%), 유럽 유로화(-1.21%), 캐나다 달러(-1.03%), 중국 역외 위안(-0.38%)도 원화보다 하락률이 낮았다.
중동 사태 발발 이후 원유 순수입국인 동아시아 국가들의 통화가 약세를 면치 못한데다 한국은 올해 증시 급등으로 외국인의 주식 순매도에 따른 환전 수요까지 더해지며 원화 가치 하락을 부채질했다. 올해 들어 외국인은 국내 주식시장에서 113조7800억원 어치를 순매도했다. 코스피만 놓고 보면 약 115조6300억원 어치를 팔아치웠다. 코스피가 단숨에 9000선 턱밑까지 급등하면서 외국인의 차익 실현 매물과 국내 주식 비중 조정(리밸런싱) 수요가 겹쳤다.
이에 더해 5일(현지시간) 미국의 비농업 일자리 ‘깜짝 증가’ 발표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전망이 커지자 원화 약세가 가속화됐다. 이날 미국 고용지표가 발표되자 달러인덱스는 약 2개월 만에 100선을 넘어섰다.
문정희 KB국민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외환시장 수급을 보면 외국인이 달러를 사고 있다”며 “이들이 주식을 파는 주체와 동일인인지는 확인할 수 없으나 증시에서의 외국인 순매도와 외환시장 달러 매수 사이에 연관이 있다고 밖에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외국인의 한국 주식 순매도가 진정되거나 중동 협상 타결·유가 안정 등으로 투자심리가 되살아나지 않는 한 환율 안정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문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한국 증시 시가총액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과거 평균 35%였는데 현재는 약 40%로 5%포인트 가량 초과된 상태”라며 “현재 시총에 대입하면 300조원 이상이기에 원화 약세 요인이 여전하다”고 진단했다.
사상 최대 경상수지 흑자에도 수출 기업들이 벌어들인 달러가 수급 쏠림을 완화할 만큼 시장에 충분히 풀리지 않은 것도 환율을 밀어올리고 있다. 이민혁 KB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는 “환율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수출 업체들도 환전을 미루는 전략을 취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역외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도 변동성 확대에 영향을 주고 있다. NDF는 일정 시점에 외환을 일정 환율로 매매할 것을 약속한 선물환의 일종으로, 계약한 환율과 만기일 때 현물 환율 간에 차액만을 거래한다. 서울 외환시장 휴장일이었던 지난 3일 뉴욕 NDF 시장에서 원·달러 1개월물 환율이 1530원대로 치솟으면서 이튿날 역내 주간 거래에서도 개장 직후 환율을 끌어올렸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28일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NDF는) 국내시장보다는 투명성이 부족한 거래이기에 가끔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현상이 나타난다”며 “가끔 금융시장에 큰 충격이 오면 훨씬 작은 NDF 시장이 국내 현물시장이나 국내 DF(만기인도선물환)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양상을 가끔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