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야간거래 기준 1560원까지 육박하면서 외환시장 안정 방안으로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이 주목받고 있다. 한미 통화스와프는 한국의 원화를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연준·Fed)에 맡기고 달러를 가져오는 것으로, 스와프 한도만큼 달러를 동원할 수 있어 환율 안정에 있어 ‘심리적 방파제’ 역할을 한다. 다만, 올해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가 예상되는 등 현재 외환보유액이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통화스와프 체결만 바라보기 보다는 정부가 일관된 통화·재정정책을 견지하며 시장 불확실성을 줄여나가는 게 바람직하다는 제언이 나온다.
7일 외환당국 등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는 상황에서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은 그간 외환시장에서 ‘구원투수’ 역할을 톡톡히 했다. 지금까지 우리는 미국과 두 차례 통화스와프를 체결한 바 있다. 우선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10월 300억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가 체결됐다. 이에 우리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77.0원 폭락한 1250.0원까지 내려갔다. 두 번째 한미 통화스와프는 코로나19 충격이 금융시장을 강타했던 2020년 3월, 이전보다 2배 커진 규모(600억달러)로 체결됐다. 당시 1288원까지 올랐던 원·달러 환율은 통화스와프 체결 이후 1246.5원으로 하락해 달러 강세라는 급한 불을 끄는 데 즉각 효과를 발휘했다. 한미 통화스와프가 원화 가치를 안정시키는 건 원화와 달러가 약정된 환율에 따라 상호 교환돼 일종의 ‘마이너스 통장’처럼 기능하기 때문이다. 외환시장 참여자에게 달러 유동성이 부족할 것이란 걱정을 덜어줘 불안 심리를 줄여준다.
통화스와프 필요성이 거론되는 건 중동전쟁 장기화에 따른 고물가와 맞물려 고환율이 초래할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석유 최고가격제를 통해 최대한 눌러놓고 있지만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1%로 4월(2.6%) 대비 한 달 만에 0.5%포인트 뛰었다. 한 달 새 물가상승폭이 0.5%포인트 이상 오른 건 2023년 8월 이후 33개월 만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고환율은 물가 불안을 전방위로 확산시킬 수 있다. 고환율은 달러로 표시되는 수입 물가를 밀어 올린다. 원자재·자본재가 수입품의 약 80%를 차지하는 우리 경제 환경에서 고환율은 즉각 생산자물가를 자극하고, 1~3개월의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된다.
정부도 여러 차례 통화스와프 체결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지난해 9월 대미협상 과정에서 무제한 통화스와프 체결을 거론한 데 이어 지난달 이재명 대통령이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 방한 당시 통화스와프 체결 등 외환시장 협력 강화 필요성을 제기한 게 대표적이다. 다만, 미국은 한국의 외환보유고가 민간을 포함, 1조 달러가 넘고 있는 점을 거론하며 부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통화스와프 체결에 연연하기 보다는 각종 거시경제 지표에 맞춰 정책을 집행해 환율을 서서히 안정시킬 필요가 있다는 제언이 나온다. 허진욱 숙명여대 교수(경제학)는 “기축통화인 미 달러화와의 통화스와프 자체는 비기축통화국인 우리나라 입장에서 나쁠 것은 없지만, 최근의 고환율을 해결하는 데 통화스와프가 큰 도움을 주리라고 기대하는 것 또한 어렵다”면서 “통화스와프는 대규모 자본유출 등으로 외환보유액이 일시적으로 급감하는 상황에서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현재 국내 외환보유액도 양호하고, 경상수지 흑자도 높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허 교수는 이어 “환율을 낮추기 위한 시장 개입이 오히려 견실한 외환보유액을 악화시킬 수 있어 인위적 시장 개입은 신중해야 한다”면서 “최근 물가가 높게 나오고 경기상황이 나쁘지 않아 기준금리는 다소 인상할 필요가 있다. 고물가·고환율 상황에서 확장적인 재정정책을 지속한다면 통화정책 효과가 낮아질 수 있어 재정정책도 일관된 방향성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