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주택시장에서 전세난과 실수요 매수세가 동시에 이어지면서 집값 상승 압력이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집주인들의 실거주 전환과 월세 선호로 전세 물량은 줄어드는 데 신규 공급은 더디기 때문이다. 강남권에서는 집값이 워낙 비싸 전세 수요가 매매로 옮겨가기 어렵지만, 경기 동탄 등 수도권 외곽에서는 전세 대신 내 집 마련에 나서는 수요가 늘면서 집값 상승세가 유지되는 것이다.
7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부터 이달 1일까지 서울 강남·서초·송파·강동 아파트 전세가격은 3.21% 상승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1.12%)보다 3배 가까이 높은 수준이다. 같은 기간 매매 가격 상승률(1.88%)도 웃돌았다. 전셋값 상승률이 매매가격 상승률을 웃돈 것은 강남권 전세난이 매매시장보다 더 가파르게 심화하고 있다는 의미다.
강남권 주요 단지에서는 전셋값 급등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잠원동 ‘메이플자이’ 전용 84㎡는 지난달 20억원에 전세 계약이 신규 체결됐다. 지난해 8월 같은 면적이 15억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9개월 만에 5억원이 오른 것이다. 강남구 대치동 ‘동부센트레빌’ 전용 121㎡도 지난달 30억원에 전세 계약이 체결돼 두 달 만에 5억원 상승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강남권 전세난이 매매 수요로 이어지지 못하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전셋값이 크게 올랐지만 매매가격이 워낙 높고 대출 규제도 강해 세입자들이 집을 사기 보다는 비싼 전세를 감수하고 눌러앉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반면 수도권 외곽에서는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과 대출 여건을 바탕으로 실수요자들의 매수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동탄이다.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화성시 동탄구 집합건물 대출지수는 71.55를 기록했다. 집합건물 대출지수는 거래가격 대비 근저당권 설정 비율을 뜻한다. 매수자들이 집값의 70% 이상을 대출로 충당해 집을 샀다는 의미다. 이는 서울 평균(49.01)과 경기 평균(64.10)을 모두 웃도는 수준이다.
지난해 10·15 대책 이후 서울 핵심 지역의 대출 규제가 강화됐지만 비규제지역인 동탄은 주택담보대출(LTV) 70%가 유지되면서 상대적으로 자금 조달이 수월했던 영향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동탄역 일대 개발 기대감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업황 개선에 따른 소득 증가 기대가 맞물리면서 젊은 실수요자들의 매수세가 집중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청계동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전세를 찾는 문의보다 매수하겠다는 분들이 더 많다”고 현장 상황을 전했다.
수도권 외곽의 매수세가 서울 집값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외곽에서 내 집 마련에 성공한 수요자들이 이후 서울로의 이동을 준비하는 경우가 많아 중장기적으로 서울 수요 압박이 지속된다는 것이다. 김인만 부동산 경제연구소 소장은 “수도권 외곽에서 내 집 마련에 성공한 수요자 상당수는 장기적으로 서울 상급지 진입을 목표로 하는 경우가 많다”며 “외곽 수요가 서울 수요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서울로 이동하기 위한 과정인 만큼 핵심 지역에 대한 수요 압력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