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8∼9일 방북을 앞두고 핵보유의 정당성을 거듭 강조했다. 북·중 정상회담에서 북한 비핵화가 의제가 될 수 없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총무부장은 6일 발표한 담화에서 최근 미·중 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동의했다는 미국 국무부의 공식 입장과 관련해 “상투적인 거짓 유포 놀음”이라고 주장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7일 전했다.
김 부장은 미·중 정상이 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 목표를 유지한다는 데 동의했다고 밝힌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의 발언에 대해서도 “완전한 날조이고 허황된 거짓정보”라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는 그러한 사실의 유무에 대하여 가장 정확한 정보를 가지고 있다”면서 중국 측으로부터 관련 내용에 대한 설명을 들었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김 부장은 또 “우리의 핵보유국 지위는 절대 불퇴의 한계선이며 누가 인정하든 말든 엄연한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시 주석의 방북 사실을 공표하기 하루 전인 지난 4일 북한 당국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새로운 우라늄 농축시설’ 시찰 모습을 공개한 것도 비핵화 논의 불가 의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김 위원장은 중요 군수기업소 방문, 신형 5000t급 구축함 ‘강건호’ 항해시험 참관 등을 통해 핵무기 및 미사일 생산 능력 확대, 무력을 통한 핵전쟁 억제 등을 강조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과 김 부장의 이런 동향은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성격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비핵화를 거론할 생각은 말라는 의미다. 김태형 숭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북한은 미국과의 대화 가능성을 부정하지는 않지만, 비핵화는 협상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을 반복적으로 강조해 왔다”며 “‘완전한 날조’라는 강한 표현까지 사용한 것은 비핵화 논의를 원천 차단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북한은 핵능력 강화 의지를 밝히면서도 북·중 친선의 역사를 강조하며 대중 우호 분위기 조성에도 주력했다. 노동신문은 7일 “생사고락을 함께 한 조·중(북한과 중국) 두 나라 인민들의 붉은 피와 헌신의 자욱은 우리 국가의 수려한 산야와 광활한 중국의 대지에 뜨겁게 스며 있다”며 양국의 오랜 혈맹관계를 강조했다.
시 주석은 방북 기간 중 금수산태양궁전, 우의탑 등을 방문할 전망이다. 금수산태양궁전은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시신이 안치된 북한 최대 정치적 성지다. 중국 지도자가 이곳을 찾는 것은 북한 체제의 정통성을 존중한다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 1959년 건립된 우의탑은 6·25전쟁에 참전한 중국인민지원군 전사자를 기리는 기념물이다. 중국 고위 인사들은 방북 때마다 이곳을 찾아 헌화하며 혈맹을 재확인했다. 수천∼수만명을 동원하는 대규모 공연인 대집단체조는 중국 최고지도자 방북 시 북한 체제를 다룬 공연을 주로 선보여 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