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개소한 국가정보원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보호센터)는 북한이탈주민(탈북민)들이 한국에 첫발을 디딘 뒤 가장 먼저 머무는 시설이다. 이곳의 입소자들은 임시보호를 받으며 실제 탈북민인지 여부를 확인하는 조사를 받는다. 국가보안목표시설 가급인 보호센터는 언론에 공개된 사례가 2014년, 2021년, 2024년 세 번뿐일 정도로 외부와의 소통과 접근이 제한돼 있다. 국정원은 이 같은 폐쇄성과 탈북민이 국내 법·제도에 익숙하지 않다는 점 등을 고려해 인권침해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바로 인권보호관 제도다.
경기 시흥시 보호센터 인권보호관실에서 김수현 인권보호관(변호사)을 만난 지난달 29일은 그가 위촉된 지 딱 한 달째 되는 날이었다. 이곳에 처음 왔을 때 느낌을 묻자 그는 “외부 벽과 달리 안은 생각보다 아늑했고 여러 편의시설이 있는 것이 흥미로웠다”며 “밝게 웃으며 생활하는 탈북민들의 모습을 보니 조사기관이지만 마음 편히 지낼 수 있는 곳 같았다”고 답했다.
인권보호관은 보호기간에 이뤄지는 인권침해 신고·민원을 접수하고 사실을 확인해 조치하는 일을 주로 담당한다. 상담은 입소자 전원을 대상으로 조사 전후 각 1회씩 의무적으로 진행된다. 보호기간 동안 보장받을 수 있는 권리 등을 안내하고, 조사 중 인권침해가 있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절차다. 희망할 경우 추가 상담도 수시로 받을 수 있다. 김 보호관은 “북한이나 해외에 두고 온 배우자와의 이혼·재산정리 문제에 대한 법적 조언을 요청하기도 하고, 함께 지내는 입소자와 갈등이 생겨 생활실 변경을 요구하기도 한다”며 “아이들이 함께 오면 상담 공간을 편안하게 느낄 수 있도록 장난감과 색칠공부 책도 준비돼 있다”고 말했다.
김 보호관은 10년째 성범죄, 아동학대범죄 피해자 국선변호사로 활동 중이다. 그는 탈북민 여성 피해자들이 법이 피해자에게 보장하는 권리를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면서 탈북민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 김 보호관은 “탈북민들은 처음 접하는 낯선 환경과 불안정한 상황 때문에 기본권 침해 자체를 인지하지 못할 수 있는 만큼 불이익을 받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인권보호관직을 맡게 된 가장 큰 이유”라고 설명했다.
10일로 창설 65년을 맞는 국정원에 비하면 인권보호관은 2014년에 생겨 역사가 길지 않다. 그러나 제도 도입 이후 5명의 인권보호관 등의 자문을 통해 보호센터 운영 전반에 여러 인권친화적 변화가 이뤄졌다. 기존 철문이었던 조사실 출입문을 외부 관찰이 용이한 투명 유리문으로 교체하고, 조사기간 동안 입소자를 원칙적으로 생활실 1인실에 배정하던 방침을 폐지해 밀실·감금조사 논란을 해소한 것 등이 대표적이다. 보호센터 직원 대상 정기 인권교육도 인권보호관의 몫이다. 김 보호관은 “막 입소한 탈북민들은 심리적 불안도가 높아 우리가 무심코 한 말과 행동도 인권침해가 될 수 있다”며 “이들의 위축된 심리 상태를 고려하고 공감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주문했다.
김 보호관은 탈북민 임시보호 기간 단축을 보호관으로 일하며 이루고 싶은 목표라고 했다. 현행법상 보호기간은 최대 90일이지만 최근 10년간 평균 보호기간은 62일 수준이다. 법적 규정보다 한 달가량 적지만 이마저도 줄여야 한다는 거다. 그래야 인권침해 우려가 줄고, 탈북민들은 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사무소(하나원) 입소 등 사회 적응과 정착 준비를 더 빨리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보호관은 “조사·임시보호 과정에서 불합리한 관행 등이 있는지 등을 우선 점검해 제도 개선 근거를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