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 투표지 부족 사태를 규명하기 위한 수사 이외에 유권자들의 무더기 국가배상소송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공무원 과실로 참정권을 행사하지 못해 국가의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된 판례에 따르면 유권자 한 명당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백만원 위자료가 책정될 것이란 전망이다.
7일 관련 판결문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은 수형 생활을 마치고도 공무원 실수로 2020년 제21대 총선, 2022년 제20대 대선과 제8회 지방선거에 참여하지 못한 허모씨에게 국가가 6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지난해 5월 판결했다. 투표 한 차례당 침해받은 참정권의 가치로 200만원가량을 인정한 셈이다. 당시 재판부는 “공무원의 직무 집행상 과실로 선거권을 행사할 수 없어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국가배상 시효인 5년이 지난 선거는 배상 대상에서 제외했다. 배상액에 만족하지 못한 허씨가 항소하며 현재 2심이 진행 중이다.
2014년에는 6회 지방선거 당시 오후 6시 전에 도착했는데도 공무원 실수로 투표를 못한 유권자 김모씨에게 국가가 30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투표권은 행사했지만, 정당한 편의를 받지 못해 참정권이 침해당한 경우에도 배상 책임이 인정됐다. 부산고법 민사2-2부(재판장 최희영)는 장애인 유권자 3명이 참정권 침해를 배상하라며 제기한 소송 2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국가가 3명에게 각각 100만원을 배상하라고 지난해 1월 선고했다. 현행법상 장애로 인해 자신이 기표할 수 없는 선거인은 그 가족 또는 본인이 지명한 2인을 동반해 투표를 보조할 수 있는데, 투표사무원이 이를 제지했기 때문이다. 이 사건은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전날 성명서를 내고 이번 사태를 “납득 불가능한 참정권 침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단지 수요 예측 실패라는 사유로 투표 절차가 중단된 건 선거 관리의 기본 책무를 방기한 것”이라며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책임 있는 후속 조치를 신속히 취해달라”고 촉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