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0 민주항쟁 39주년을 열흘 앞둔 1일 서울 용산구 옛 남영동 대공분실(현 민주화운동기념관)에 학생들의 마른침 삼키는 소리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PRESS’라고 적힌 목걸이를 하고, 한 손에 펜을 쥔 학생들은 기념관 곳곳을 둘러보며 1987년의 비극을 써내려갔다. 이날 경기 성남시에 있는 영성중학교 역사 동아리 ‘피스메이커’ 학생 15명은 6·10 민주항쟁의 도화선인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이 벌어진 옛 남영동 대공분실을 방문했다. 학생들은 이날 하루 수습기자가 돼 펜과 노트를 들고 현장을 취재했다.
학생들 발걸음이 ‘M2’ 건물 5층에 다다르자, 장난기는 온데간데없이 이내 긴장감이 흘렀다.
복도 양옆에는 15개의 조사실이 끝없이 늘어서 있었고, 각 방 안에는 똑같은 위치에 변기와 작은 욕조가 강박적으로 배치돼 있었다. 연한 초록빛 타일은 서늘함을 넘어 기괴하게 느껴졌다.
학생들의 시선은 숫자 ‘9’가 적힌 방에서 멈췄다. 1987년 1월14일 참고인 신분으로 끌려와 물고문을 받다 욕조에 목이 눌려 숨진 ‘박종철 조사실’이었다. 먹먹한 표정으로 방안을 응시하던 3학년 강현준(15)군은 “책이나 영화로 접할 때 심각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로) 심각하게 생각하지 못했다”며 “직접 와서 보니 훨씬 더 비극적이다. 당시 민주화를 향한 사람들의 열망이 얼마나 강했는지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2학년 김수현(14)군도 “생각보다 더 비극적이고 가슴 아픈 사건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며 “이런 현장 답사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날 체험학습은 교육부가 2월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와 체결한 ‘민주주의 역사교육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교육부는 올해 5월 각 시도교육청에 역사 탐구·체험활동 예산 약 11억원을 배정하고, 관련 정부 부처 및 지자체와 협력해 학생들의 역사 체험처를 넓혀 가는 중이다.
인솔 담당자인 이종관 교사는“(정부의 지원이) 활성화돼서 학교 선생님들이 재정적인 부분에 대한 걱정 없이 아이들과 역사 체험활동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생기면 좋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