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진도군의 항만 관련 인허가 행정이 사법부의 확정판결마저 무력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거세다. 법원이 진도군의 항만시설 사용허가 연장 불허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결을 내린 뒤 실무 부서가 법망을 교묘히 피한 ‘절차 늘어지기’로 일관하며 민간 기업의 숨통을 조이고 있어서다.
8일 진도군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A 건설은 법원의 1심 승소 판결 확정 이후 진도항 내 토석적출장(임회면 남동리 659-2번지)에 대한 정식 항만시설 사용허가를 거듭 촉구해 왔다. 행정소송에서 패소한 행정청은 판결의 취지에 따라 지체 없이 정당한 본허가 처분을 내려야 마땅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진도군청 해양항만과의 대응은 철저한 ‘시간 끌기’였다. 군청 측은 항만시설 사용허가 이력에 명시된 기존의 안정적인 항만법 기반 허가 체계를 전면 부정했다. 대신 해당 부지가 ‘비관리청 항만시설’에 해당하므로 관련 유관기관과의 추가적인 협의가 선행돼야 정식 허가가 가능하다는 논리를 새로 개발해 들이밀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실무 책임자들의 고의적인 기피 행태가 고스란히 드러났다는 점이다. A 건설 측이 발송한 공문, 진도항 항만시설 답변요청의 건에 따르면 당시 진도군청 해양항만과 B 과장(당시 계장) 등 실무진은 “유관기관과의 협의가 길어지고 있다”는 답변만 수개월째 되풀이하며 정식 본허가 처분을 사실상 거부했다.
실무 부서가 내놓은 대안은 더 교묘했다. 진도군이 회신한 공문에 따르면 진도군은 법령·기준 변경에 따른 정상화 기간 6개월을 반영한다는 명목아래 일반적인 항만시설 사용허가가 아닌 ‘국유재산법’ 제30조 및 제31조를 준용한 ‘국유재산 사용허가 신청서’를 제출하라고 강요했다. 법원의 판결로 무력화된 ‘항만법상 불허가 처분’을 우회하기 위해 기업에 다른 법령의 서식을 강제하는 편법을 동원한 것이다.
결국 A 건설은 조업 중단을 막기 위해 군청이 들이민 국유재산 임시허가 서류에 도장을 찍을 수밖에 없었다. 법원의 판결이 무색하게도, 기업은 언제 취소될지 모르는 ‘6개월 시한부 임시 허가’ 상태로 전락했다.
업계 관계자는 “지자체가 소송에서 지고도 인허가 권한을 무기로 ‘법령 변경’이나 ‘유관기관 협의’라는 전형적인 핑계를 대면 민간 기업으로서는 저항할 수단이 없다”며 “이는 소통과 공정을 강조해 온 지역 행정의 민낯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관료주의적 횡포이자 갑질의 결정판”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진도군 해양항만과 관계자는 “법원 판결에 따른 당초 기속력 처분은 이미 완료됐으며, 기업 측이 2025년 이후 조업을 이어가려면 절차상 국유재산 사용허가를 새로 신청해야 한다”며 “수차례 허가 신청 독려 공문을 보냈음에도 이행하지 않고 무단 사용을 지속해 법과 원칙에 따라 해경 고발 및 차단시설 설치 등 정당한 행정 조치를 취한 것뿐”이라고 해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