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맥(치킨과 맥주)’보다 더 좋은 것은 없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이 한마디로 야구팬들의 환호를 이끌었다. 지난 7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두산베어스 홈경기의 시구자로 마운드에 오른 그의 ‘치맥 예찬’은 다양한 먹을거리와 함께 경기를 즐기려 모인 관중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의 강자로 떠오른 인물이 발언을 치맥에 할애한 것만 봐도 그의 ‘K-치킨’ 사랑이 얼마나 유별난지를 알 수 있다.
국내 주요 대기업 총수들과의 비즈니스 회동 등 주요 행사에 치킨을 곁들인 황 CEO를 보며, 일각에서는 비즈니스 출장이라기보다는 역대급 ‘K-치킨 투어’ 아니냐는 반응까지 나온다.
황 CEO의 치킨 사랑은 방한 첫날인 5일부터 강렬하게 시작됐다.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인근 삼겹살 전문점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이해진 네이버 의장 등과 1차 만찬을 마친 그는 예정된 노래방 대신 ‘BBQ 홍대입구점’을 2차 장소로 깜짝 선택했다. 제네시스BBQ 본사조차 사전에 알지 못했던 즉흥 방문에서 황 CEO 일행은 브랜드 시그니처 메뉴인 황금올리브치킨과 맥주를 주문해 밤늦게까지 대화를 나눴다.
깜짝 방문의 나비효과는 매우 컸다. 지난해 7월 문을 연 약 40평 규모의 BBQ 홍대입구점은 황 CEO가 다녀간 직후 그가 앉은 자리와 사인을 보려는 이들이 몰려 문전성시를 이뤘다. BBQ에 따르면 황 CEO 방문 이후 해당 매장의 금·토·일요일 매출은 전주 동기 대비 20% 이상 급증했으며, 주말 피크타임 기준으로 판매 가능 물량이 사실상 최대치에 근접한 것으로 분석됐다.
황 CEO의 치킨 사랑은 7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정점을 찍었는데, 그는 BBQ 잠실야구장점에 특별 주문한 ‘크런치 순살 크래커’ 113박스를 엔비디아 단체 관람석으로 배달시켜 엔비디아코리아 직원들 그리고 가족 등과 즐겼다. 엔비디아의 단체 주문에 BBQ는 본사 직원까지 현장에 투입해 치킨 조리 등을 지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황 CEO의 ‘치맥 행보’는 야구장 일정 후, 또 다른 치킨 브랜드인 ‘깐부치킨’으로 이어졌다. 황 CEO는 서울 강남구 깐부치킨 삼성점으로 이동해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일대일 회동을 가졌다. 이곳은 지난해 10월 방한 당시에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등과 치맥 회동을 해 큰 화제를 모았던 황 CEO의 단골 격인 장소다.
황 CEO와 최 회장은 소맥 잔을 부딪치며 깐부치킨의 메뉴들을 즐겼고, 비즈니스 현안에 대한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황 CEO는 매장 밖으로 치킨 두 마리를 직접 들고나와 대기하던 시민들에게 나누어주는 돌발 팬 서비스를 선보였다. 이에 화답하듯 최 회장도 엔비디아의 핵심 파트너십을 상징하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칩 모양의 과자와 식혜를 돌려 현장 분위기를 훈훈하게 만들었다.
정보기술(IT) 업계에서는 황 CEO의 치맥 행보가 식도락을 넘은 글로벌 AI 반도체 동맹을 다지는 독특한 비즈니스 스타일이라고 분석한다. 그는 최 회장과 차세대 HBM과 AI 데이터센터 협력 등 핵심 현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 CEO의 K-치킨 예찬은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도 유명하다. 그는 엔비디아 본사가 있는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의 단골 한국식 호프집인 ‘99치킨’을 공식 석상에서 직접 소개한 적도 있다. 지난해 방한 당시 코엑스에서 열린 엔비디아 관련 행사에서 황 CEO는 “왜 한국 치킨이 세계 최고인지는 모르겠지만, 한국 치킨은 세계 최고”라고 말하기도 했다.
황 CEO의 치킨 소비는 국내 프랜차이즈 업계에도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출시 21년을 맞아 누적 판매량 5억마리를 돌파한 BBQ의 황금올리브치킨부터 서민적인 깐부치킨까지 그의 발길이 닿은 곳마다 엄청난 홍보 효과와 매출 상승이 뒤따랐다. AI 시대의 심장부라 불리는 엔비디아의 수장이 보여준 친근하고도 집요한 K-치킨 사랑은 업계 안팎에서 최고의 화제로 이어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