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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 첫 참가… 정치엔 관심 없어” “선관위 불신 한번에 터져” [투표용지 부족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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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표소 봉쇄시위 2030 목소리

올림픽공원서 나흘째 집회 지속
청년층 대거 참여하며 기류 변화
“불공정 문제”… 부정선거 선긋기
태극기 부대 뒤섞여 변질 우려도

일부는 선수단 소지품 검사 소동
집회장 쓰레기 쏟아져 불편 호소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서울 송파구 지역 개표소인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선 8일 기준으로 나흘째 봉쇄 시위가 이어졌다. 주말 동안 20·30대 청년들이 대거 참여하며 분위기가 바뀌었지만 ‘선거 조작론’이 섞이면서 ‘참정권 보장’ 주장 목소리가 줄어든 모습이었다. 현장 시위대는 종일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부정선거 재선거’, ‘당일 개표 수개표’ 등을 외쳤다. 집회 현장에서 만난 20·30대 청년들은 한목소리로 ‘공정한 선거’가 치러지지 않았다고 지적하면서도 ‘부정선거’를 경계했다.

게시물로 점거된 티켓박스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관련 잠실 개표소 봉쇄 시위 나흘째인 8일 시민들이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부근 게시판에 부착된 내용을 살펴보고 있다. 태극기를 그려넣은 부착물이 많은데 ‘재선거’나 ‘선거 무효’ 외에 ‘부정 선거’라는 내용도 보인다. 최상수 기자
게시물로 점거된 티켓박스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관련 잠실 개표소 봉쇄 시위 나흘째인 8일 시민들이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부근 게시판에 부착된 내용을 살펴보고 있다. 태극기를 그려넣은 부착물이 많은데 ‘재선거’나 ‘선거 무효’ 외에 ‘부정 선거’라는 내용도 보인다. 최상수 기자

◆2030 “참정권 침해, 이념 문제 아냐”

 

이날 현장에서 만난 6명은 모두 시위나 집회에 참여한 게 처음이고 정치에 관심이 크게 없었다고 했다.

 

취업준비생 조모(27)씨는 이날 기자를 만나 “투표를 못 한 사람들이 있으면 기본권을 침해당한 것”이라며 “투표 결과를 떠나 공정하게 투표권을 가지고 투표하는 게 먼저이기에 공정하게 재선거를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회계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김모(29)씨도 “공정한 절차를 거쳤으면 결과를 수용할 의향이 있는데 절차가 무너져 있으면 국민의 의견을 반영한 것인지 다른 개입이 있었는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했다.

대학생 김모(22)씨는 “사건 이전엔 시위에 가본 적도 없고 정치에 관심도 없었다”며 “이것도 정치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시스템을 향한 불신은 막연했던 부정선거 음모론의 불씨를 키웠고, 참정권 침해에 불만을 가진 청년들을 부정선거론이 빨아들이는 모습도 보였다. 정보기술(IT) 업계 종사자라고 밝힌 30대 여성 김모씨는 ‘부정선거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허술하면 그럴 것 같다. 투표지 하나도 준비 못 하는데”라며 헛웃음 쳤다. 대학생 김씨 역시 “선관위가 사과한 일이 한두 번이 아니지 않나”라며 “선관위의 부실 관리나 책임 회피가 누적돼 사람들의 분노나 불신이 한꺼번에 터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부실과 부정을 구분해야 한다’고 했다. 김종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부정과 부실은 다르지만 부정선거라는 용어가 직관적이고 정치적 동원에도 편리하다”며 “선거의 완결성이 침해된 부분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는 목소리가 오래전부터 세력화한 부정선거론과 섞여들고 있는 것 같다”고 봤다. 그러면서 “어떠한 정당에 선호를 가지지 않은 세대가 부정선거 운동에 흡수되면서 전선이 복잡해지고 있다”고 봤다.

 

◆강제 소지품 검사에 ‘색깔론’ 욕설도

 

집회 참가자들은 ‘정치중립 집회’, ‘평화 집회’를 표방했지만 곳곳에서 이런 구호와 배치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봉쇄 시위로 사실상 무허가 점거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시위대가 이를 보호해달라고 경찰에 요청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항의하며 개표소 봉쇄 시위를 벌이는 시민들로 인해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출입이 통제된 가운데 8일 여자주니어핸드볼 국가대표 선수들이 경기장 내부에 보관 중인 훈련 장비를 가지고 경기장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항의하며 개표소 봉쇄 시위를 벌이는 시민들로 인해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출입이 통제된 가운데 8일 여자주니어핸드볼 국가대표 선수들이 경기장 내부에 보관 중인 훈련 장비를 가지고 경기장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

이날 오전에는 여자 핸드볼 주니어 대표팀과 시위대의 마찰이 빚어졌다. 경찰 측 협조를 받아 선수단이 경기장에서 물품을 챙겨 나오자 시위대 중 일부는 박스와 가방 등을 들춰보며 소지품 검사도 했다. 선수들이 문제없이 현장을 떠나자 한 중년 여성이 다른 시위대에 “공만 가지고 나갔다는데 곳곳에 간첩들이 너무 많아 믿을 수가 없다”고 했다.

 

집회에서 발생한 막대한 양의 쓰레기 탓에 공원 상인과 시민들은 불편을 호소했다.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규탄하며 재선거를 요구하는 '잠실 개표소 봉쇄 시위'가 계속되고 있는 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출입구 앞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규탄하며 재선거를 요구하는 '잠실 개표소 봉쇄 시위'가 계속되고 있는 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출입구 앞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시위 참여자 40여명이 분리수거를 했지만 평소보다 훨씬 많은 양의 쓰레기를 공원에서 감당 못 한 탓이다. 쓰레기 더미는 오후 2시쯤이 돼서야 수거됐다.

 

공원 내 식당 사장 A씨는 “주말 시위자들이 흡연구역이 아닌 곳에서 흡연하고 쓰레기까지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갔다”고 했다. 송파구는 국민체육진흥공단 등과 협의해 쓰레기 수거·안전 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