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직장인들의 ‘복지 브이로그’ 콘텐츠가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회사가 제공하는 무료 식사, 간식, 휴게 공간, 사내 카페 등 복지 제도를 소개하는 영상은 수십만 회의 조회 수를 기록하며 관심을 끌고 있다. 전문가들은 SNS를 통한 비교 심리가 박탈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러한 콘텐츠를 바라보는 청년층의 반응은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일부 이용자들은 “대감집 노비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대기업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만 현실적으로 가능할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이며 상대적 박탈감을 드러내고 있다.
삼성전자에 근무하는 한 직장인 A씨가 공개한 영상도 비슷한 반응을 불러왔다. 해당 영상에서 그는 아침에 사내에서 제공되는 과일 요거트와 유산균 음료, 고구마 말랭이 등을 이용하고, 점심에는 오징어튀김 샐러드와 카레를 무료로 이용하는 모습을 공유했다. 저녁 역시 회사에서 가져온 닭가슴살과 김밥으로 해결하며, 하루 총 식비는 점심 커피값 약 3600원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영상은 8일 오후 5시 기준 인스타그램에서 122만회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영상이 확산되자 SNS에서는 “이런 걸 보면 무기력해서 눈물난다. 나는 죽을동 살동 노력하며 발버둥 치고 있는데도 고작 이 정도의 삶이다.”라는 등의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반응이 이어졌다.
◆기업 규모별 법정외 복지비 격차 확대
실제로 노동시장 내 복지 격차는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한국노동연구원에서 2023년 발간한 ‘취약근로자 근로복지 실태와 정책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법정 외 복지비용은 기업 규모가 클수록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1000인 이상 대규모 기업은 법정 외 복지비용이 지속적으로 증가한 반면, 10~29인 소규모 기업은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비용 총액의 기업 간 격차가 일부 완화된 것과 달리, 법정외 복지비용의 격차는 오히려 크게 확대된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는 결과적으로 기업 규모에 따른 복지 격차가 시간이 흐를수록 절대적·상대적으로 모두 확대되고 있다고 밝혔다.
◆SNS가 만든 비교 심리, 박탈감과 경쟁 심화로 이어져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SNS에 민감한 젊은 세대는 SNS를 통해 무엇을 먹고 어떻게 소비하는지까지 공유하며, 이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경향이 있다”며 “그 과정에서 타인의 소비가 자연스럽게 비교 대상으로 작용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대기업에 입사할 수 있는 기회가 주식 시장처럼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면 상대적으로 박탈감이 덜할 수 있지만, 현실에서 대기업은 공부를 잘하거나 특정 경쟁을 통과해야만 들어갈 수 있는 매우 제한적인 구조라 청년들의 박탈감이 더 커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중백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SNS 상에서의 전시가 기존 노동시장 구조의 양극화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봤다. 김 교수는 “노동 시장 내 이중 구조와 양극화는 새로운 변화라기보다 이미 존재하던 것이 더 심화되는 흐름”이라며 “한국 사회에서는 박탈감이 단순한 좌절로 끝나기보다 ‘저곳에 들어가야 한다’는 경쟁 심화로 이어지는 특징이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성과급과 같은 보상 격차에 비하면 복지 격차는 상대적으로 작은 수준이지만, 이러한 격차는 꼭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양극화 흐름 속에서 이해해야 한다”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고용을 더 많이 창출하는 기업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고용 친화적인 구조로 유도해 해결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