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식당 앞에서 건네진 과자 한 봉지가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먹는 모습이 온라인에서 확산되면서 해당 제품의 검색량과 판매량이 빠르게 뛰었다.
9일 세븐일레븐에 따르면 자체브랜드(PB) 상품인 ‘세븐셀렉트 허니바나나맛 HBM칩’의 6∼7일 매출은 1주일 전 같은 요일보다 704% 증가했다. 약 8배 뛴 셈이다.
모바일 반응은 더 컸다. 세븐일레븐 모바일 앱에서 해당 상품을 검색한 횟수는 같은 기간 전주 대비 160배 늘었다.
발단은 지난 5일 저녁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인근 음식점 ‘형님 저요’에서 열린 이른바 ‘삼겹살 회동’이었다.
황 CEO는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과 식사를 마친 뒤 시민들에게 과자를 나눠줬다. 현장에 있던 시민들이 휴대전화를 들어 올렸고, 해당 장면은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타고 빠르게 번졌다.
과자는 SK그룹 측이 이번 모임을 기념해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븐셀렉트 허니바나나맛 HBM칩’은 세븐일레븐이 SK하이닉스와 협업해 출시한 상품이다. 이름부터 반도체 업계의 핵심 키워드를 겨냥했다. ‘허니(Honey) 바나나(Banana) 맛(Mat) 과자(Chips)’의 앞글자를 따 HBM칩으로 붙였고, 인공지능(AI)용 고성능 메모리인 HBM과 반도체 칩을 동시에 떠올리게 했다.
이번 매출 증가는 단순한 유명인 효과만으로 보기 어렵다. 젠슨 황은 AI 반도체 시장을 상징하는 인물이고, HBM은 국내 반도체 업계의 핵심 제품군이다. 여기에 편의점 PB 과자가 결합하면서 기술 산업의 언어가 대중 소비재의 이름으로 내려왔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어려운 반도체 용어보다 ‘젠슨 황이 먹은 과자’라는 장면이 먼저 남는다. 제품명에 담긴 말장난과 협업 서사도 구매 이유가 됐다.
유통업계가 주목하는 지점도 여기에 있다. 과거 협업 상품은 캐릭터나 인기 브랜드 중심이었다. 이번 사례는 AI, 반도체, 글로벌 CEO 같은 산업 키워드가 편의점 상품의 화제성을 끌어올릴 수 있음을 보여줬다.
세븐일레븐 입장에서도 뜻밖의 홍보 효과를 얻었다. 별도 대형 광고 없이 현장 영상과 기사, SNS 확산만으로 검색량과 매출이 동시에 뛰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사례는 AI와 반도체라는 산업 이슈가 편의점 상품 소비로 바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흥미롭다”며 “화제성은 이미 입증됐고, 장기 판매로 가려면 제품 자체의 만족도와 후속 노출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