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선호 등을 반영한 구직자들의 ‘당장 출근하고 싶은 기업’ 순위가 최근 5년간 바뀐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 준비생들에게 한때 혁신의 아이콘이자 ‘꿈의 직장’으로 꼽히던 카카오가 최상위권에서 내려오더니 급기야 상위 5개 기업에서도 밀려났다.
HR테크 기업 웍스피어가 구직자 총 328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과 잡코리아에 축적한 구직자 행동 데이터의 교차 분석 결과를 9일 발표했다. 구직자들의 기업 선호도를 넘어 채용 시장에서의 검색과 지원 패턴 등 실질 행동 흐름을 낱낱이 분석했다.
조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카카오 순위다. 2021년 ‘당장 출근하고 싶은 기업’ 1위였던 카카오는 이듬해 삼성전자와 네이버에 밀려 3위로 내려갔다. 2023년 삼성전자에 이어 2위로 올라섰으나 2024년에는 네이버와 SK하이닉스에 밀려 5위로 떨어진 후, 올해 1분기에는 상위 5개 기업에서 사라졌다.
구직자들의 기업 선택 이유 1위는 ‘연봉과 성과급(32%)’이며, 복리후생(15%), 직무 성장 가능성(13%) 등 순이었다. 플랫폼 붐 시절 높은 관심을 받던 정보기술(IT) 기업 대신 인공지능(AI) 반도체 호황과 높은 보상 체계를 갖춘 관련 대기업으로의 관심 이동으로 분석된다. HBM(고대역폭메모리) 등 반도체 호황에 따른 역대급 성과급 잔치가 구직자들의 실제 행동 데이터에도 반영된 셈이다.
IT 플랫폼 산업 전반의 위기로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시각도 있다. 카카오와 함께 국내 플랫폼 양강으로 꼽히는 네이버가 5년 동안 꾸준히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어서다. 두 플랫폼의 엇갈린 운명은 재직자들이 직접 평가한 내부 만족도에서 예견됐다. 직장인 소셜 플랫폼 ‘잡플래닛’의 지난달 평점을 보면 네이버는 총 만족도 4.09점으로 건재했으나 카카오는 3.82점으로 나타났다.
구직자 선택의 핵심인 ‘급여·복지’에서 네이버(4.14점)와 카카오(3.54점)는 큰 격차를 보였다. 경영진 점수도 네이버(3.30점·CEO 지지율 69%)와 달리 카카오는 2점대(2.95점·CEO 지지율 53%)로 바닥을 쳤다. 지난해 카카오톡 개편 실패와 이 과정에서 누적된 경영진 소통방식 문제 등이 재직자 평판 하락과 구직자 외면이라는 인과관계로 이어진 셈이다.
네이버는 지난해 AI 기술의 수익화와 커머스 성장세를 토대로 연 12조원 매출이라는 역대 최대 실적을 거둔 데 이어, 올해 ‘실행형 AI’를 전면에 내세우며 3분기부터 본격 수익 창출에 나서겠다는 또 다른 청사진을 제시한 터다. 사우디아라비아 디지털 트윈 플랫폼 사업 등의 순항으로 구직자가 원하는 ‘직무 성장 가능성’까지 보여줬다는 평가다.
위기를 인지한 카카오가 대대적인 체질 개선을 선언하며 정면 돌파 각오를 밝혔지만, ‘수익화’ 단계에 접어든 네이버보다는 다소 뒤처진 것 아니냐는 게 관련 업계 안팎의 시선이다. 정신아 대표는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향후 2년 연임 확정 후, “카카오톡을 중심으로 AI로 재편된 핵심 사업 전략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며 “전 국민이 매일 접할 수 있는 카카오만의 차별화된 에이전틱 AI 생태계를 구축하고 이를 수익화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가겠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올해는 카카오가 전략적 기어 전환을 하는 한 해가 될 것”이라며 “2026년 연간 연결 매출액 10% 이상 성장과 영업이익률 10% 달성을 목표로 설정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임기 동안 단기적인 실적 개선을 이어가는 동시에 주주 여러분이 기대하는 성장 잠재력이 실질적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부연했다.
카카오의 순위 회복을 위해서는 정 대표가 공언한 AI 중심의 체질 개선이 실제 내부 구성원들이 체감하는 보상과 비전으로 연결되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IT업계 관계자는 “구직자들이 중시하는 보상과 직무 성장 가능성이 정체된 상황에서 경영진의 비전과 소통이 확신을 주지 못한 것 같다”고 짚었다. 웍스피어는 보고서에서 “시장 상황 변화 속에서 회사가 구직자들에게 어떻게 인식되는가를 지속 점검·관리하는 게 중요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