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 ‘투표지 부족 사태’를 규탄하는 시위가 닷새째인 9일에도 서울 올림픽공원 개표소 일대를 뒤덮었다. 새벽 밤샘 인원이 출입구를 지키는 가운데, 이른 아침 7시 기준 경찰 비공식 추산 200명이 태극기를 흔들며 재선거를 요구했다. 앞서 전날 저녁 1만여 명이 운집했었다.
◆ 구호·피켓 변화…‘재선거’에서 ‘부정선거·MAGA’로
이날 현장에 있는 경찰에 따르면 시위 초기 ‘재선거’만 외치던 구호는 ‘부정선거 재선거, 당일투표 수개표’로 바뀌었다.
태극기와 재선거 피켓 일색이던 현장에는 미국 성조기와 ‘MAGA(Make America Great Again)’ 피켓, ‘부정선거’ 문구가 늘었다.
구호와 상징물의 변화는 시위대 내부 결집 방식이 초기 ‘선관위 규탄’에서 변질되는 모습이다.
일각에서 이 흐름이 확산될 경우 시위의 사회적 파장은 단순 재선거 요구를 넘어설 수 있다고도 주장한다.
경기장 일대는 장기 농성에 대비하는 모습이었다. 곳곳에 자체 운영 식음료 무료 나눔 공간과 분리수거장이 설치됐고, 더위에 대비한 냉난방 쉼터 차량도 등장했다.
◆ 핸드볼 국가대표 가방 뒤진 시위대…외신기자 위협도
전날인 8일 오전 10시쯤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서는 여성 유소년 핸드볼 국가대표 선수 6명이 오는 24일 중국 산시성에서 열리는 세계여자주니어선수권대회 출전을 위해 훈련 기구를 챙기러 왔다가 시위대와 실랑이를 벌였다.
시위대는 “핸드볼 선수인지 어떻게 아느냐”, “경기 영상을 보여달라”, “부정선거 증거물 확인이 필요하다”며 선수들의 소지품 검사를 강행했다.
선수들의 간청에도 시위대는 물러서지 않았다. 현장을 취재하던 대만 출신 외신기자도 “중국인 아니냐”는 위협을 받았다.
미성년 국가대표 선수의 소지품을 무단 검색한 이번 일은 시위의 법적·도덕적 정당성에 대한 의문도 나온다.
◆ 검경 합수본 출범 임박…2694건 선거범죄 수사 중
경찰은 이날도 기동대를 경기장 인근 주차장에 대기시켜 돌발 상황에 대비했다. 시위 닷새째인 현재까지 큰 물리적 충돌은 없었지만 긴장 수위는 여전히 높다.
사태 배경에는 투표지 부족을 둘러싼 진상규명 공방이 있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은 8일 서민민생대책위원회의 선관위 간부 직무유기 혐의 고발 사건에 대한 고발인 조사를 벌이는 등 이례적인 속도전을 펼치고 있다.
박성주 국가수사본부장은 6·3 지방선거 관련 선거범죄 2694건·4402명 중 289명을 검찰에 송치하고 8명을 구속한 상황에서 “타협 없이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검경 합동수사본부 출범도 초읽기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합수본 출범 시점이 시위대의 응집력과 전술 변화를 가를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 이재명 대통령 “어처구니없는 일”…선관위 전면 개혁 분수령
한편 이재명 대통령은 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민주국가의 위상을 깡그리 망가뜨린 어처구니없는 일”이라며 선관위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동시에 “부정선거론과는 선을 그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선관위가 감사원 감사를 받지 않는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며 감사원법 개정을 포함한 전면 개혁 의지를 드러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