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보기메뉴 보기 검색

“한국 16강!” 2002년엔 문자, 올해는 영상으로…기술이 지키는 응원전

입력 :
폰트 크게 폰트 작게
통화량·문자에서 모바일 트래픽으로…광화문의 척도가 달라졌다

“폴란드가 미국을 3대1로 이기고 있다!”

 

2002년 6월14일, 대한민국과 포르투갈의 한일월드컵 조별예선 마지막 경기가 한창이던 인천월드컵경기장. 일부 축구팬들은 피치 위 선수들만큼이나 바쁘게 휴대전화 화면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같은 시각 대전에서 열리던 폴란드와 미국의 경기 상황이 한 줄짜리 문자메시지로 실시간 배달되던 순간이었다.

 

양쪽 경기 결과에 따라 16강행 운명이 갈리는 상황에서 타 구장의 소식을 확인한 관중들은 그제야 안도하며 마음 놓고 함성을 내질렀다. 거대한 붉은 물결로 가득 찼던 전국의 길거리 응원 광장에서도 이러한 풍경은 마찬가지였다.

 

대한민국과 포르투갈의 2002 한일월드컵 D조 조별예선 마지막 경기가 열리던 2002년 6월14일, 응원 인파가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를 붉게 물들이고 있다. 연합뉴스
대한민국과 포르투갈의 2002 한일월드컵 D조 조별예선 마지막 경기가 열리던 2002년 6월14일, 응원 인파가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를 붉게 물들이고 있다. 연합뉴스

 

당시 응원전을 지켜본 외국인들은 우리나라 사람들의 높은 휴대전화 보급률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국내의 한 매체는 이 월드컵이 ‘한국=IT 강국’이라는 이미지를 세계에 알린 계기였다고 분석했다. 가용 기지국을 총동원해 대규모 응원 현장의 통신 불통 사태를 막아낸 SK텔레콤, KTF(KT 전신), LG텔레콤(LG유플러스 전신)의 노력 덕분이라는 평가도 많았다.

 

흥미로운 대목은 당시 통신 업계에 사진·문자·영상 등 ‘모바일 트래픽’으로 인파 밀집도를 표현하는 개념 자체가 없었다는 점이다. 오직 메시지 전송 건수나 통화량만으로 인구 밀집을 설명하던 시절이었다. 광장의 휴대전화 통화량은 평소보다 최고 8배 이상 증가했다. 한 방송사의 경기 결과 맞추기 이벤트 때에는 통화량이 폭증하면서, 시간당 예상치인 200만콜을 훨씬 초과한 800만콜이 몰려 접속차단 조치가 내려졌다는 보도도 한 페이지로 남아 있다.

 

강산이 두 번 변하고도 남을 만큼의 세월이 흐르면서 통화량이나 메시지 전송 건수로 광장의 인구 밀집도를 가늠하는 시대는 끝났다. 대신 사진과 영상, 스트리밍이 중심이 된 실시간 ‘모바일 트래픽’ 시대가 열렸다. 기술은 크게 발전했지만 인파가 몰리는 곳에서의 통신 문제는 여전히 존재하는 만큼 관련 업계도 이에 발맞춰 새로운 해결사를 내놓고 있다. ‘2026 북중미 월드컵’ 첫 경기의 길거리 응원을 앞두고 KT가 지능형 자동 제어 기술을 전면에 내세운 이유다.

 

KT 직원들이 8일 광화문 일대에서 대한민국 첫 경기 응원을 앞두고 통신 시설을 사전 점검하고 있다. KT 제공
KT 직원들이 8일 광화문 일대에서 대한민국 첫 경기 응원을 앞두고 통신 시설을 사전 점검하고 있다. KT 제공

 

KT가 월드컵을 앞두고 점검한 인파 밀집 지역 대응 체계의 중심에는 ‘W-SDN(Wireless-Software Defined Network)’이 있다. 실시간 트래픽을 정밀하게 분석해 과부하 위험이 있는 기지국을 자동으로 선정하고 관리하는 지능형 네트워크 시스템이다. 인파 밀집도와 서비스 사용량의 변화에 맞춰 네트워크 자원을 재배치해 대형 행사에서도 통신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제공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 기술은 지난 3월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광화문광장 컴백 공연에서 실효성을 입증했다. 통신 3사의 모바일 트래픽이 평소보다 2배 수준으로 급증한 상황에서도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KT는 네트워크 상황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기지국 과부하 징후를 사전에 감지하고, 1분 이내에 자동 제어를 수행하는 W-SDN을 적용했다. 다른 통신사들 역시 대응에 나섰다. SK텔레콤은 트래픽을 5분 단위로 실시간 분석하는 인공지능(AI) 기반 시스템 ‘A-One’을 도입했고, LG유플러스는 특정 기지국에 트래픽이 집중될 때 주변 기지국으로 이를 분산하는 자율 네트워크 기술을 활용했다.

 

통신 업계 안팎에서는 AI 기반 자율 네트워크 기술의 도입 덕분에 역대급 데이터 밀집 상황 속에서도 기지국 먹통 사태가 재현되지 않았다고 평가한다. 24년 전에는 엔지니어가 기지국을 붙잡고 밀려드는 ‘콜 수’와 사투를 벌여야 했다면, 이제는 AI가 알아서 네트워크의 숨통을 트는 시대다.

 

KT는 향후 급격한 트래픽 증가에 대비하기 위해 사전에 이동 기지국을 추가로 배치하고, 과천 네트워크 관제센터에서 응원 일정 전후로 24시간 특별 모니터링을 진행할 계획이다.

 

KT 관계자는 “국민의 염원이 모이는 광화문광장 응원 현장에서 W-SDN 기술로 빈틈없는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며 “지능형 자동 제어 기술의 지속 고도화로 트래픽이 몰리는 환경에서도 고객이 체감하는 네트워크 품질을 개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