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전은 전기가 아니다. 한 인간의 생애를 통해 시대를 읽고, 그 삶이 시대와 부딪히며 남긴 흔적을 해석하는 지적 작업이다. 역사란 사실의 기록이면서 동시에 해석의 전장(戰場)이기에 위대한 인물에 대한 평전은 사실 위에 해석이 겹쳐지는 층위의 문학이 될 수밖에 없다. 문선명 선생 사후 14년 만에 출간된 ‘문선명 선생 평전’(권오문 지음, 울림과 세움 발행) 역시 이러한 구조 위에서 세계적인 종교지도자 문선명 선생의 삶을 새로운 역사적·신학적 맥락에 배치하고 있다.
언론인 출신 저자가 20여 년간 방대한 자료를 수집하고 연구하여 완성한 전 2권, 총 1600쪽에 달하는 이 대작은 생애의 나열을 넘어 한 인물의 궤적이 세계 종교운동과 평화 담론으로 확장되는 과정을 구조적으로 복원한다.
이 책은 선생의 종교지도자로서의 삶을 ‘하나님의 구원 섭리’라는 틀 속에서 해석한다. 16세 소년 시절 깊은 기도 중 경험한 영적 체험과 소명은 평생을 관통하는 절대적 방향이 되었다. 평전은 그가 하나님을 영광의 존재가 아니라, 인간의 타락으로 인해 ‘한과 슬픔을 겪는 존재’로 인식했다고 서술하며, 그의 전 생애가 그 해방과 복귀의 사명에 맞추어 전개되었다고 기록한다.
북한 평양 시절의 박해와 흥남 감옥에서의 옥고, 한국전쟁 속 피난과 부산 정착 과정은 단지 생존 서사가 아니라 ‘십자가의 노정’으로 해석된다. 또한 기독교 및 기존 종교 권위와의 갈등 역시 새 시대의 출현에 수반되는 필연적 충돌의 맥락 속에서 구조적 긴장으로 읽힌다. 선생이 창시한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옛 통일교회)이 부산 범냇골의 두 평 남짓한 토담집에서 시작해 전 세계 194개국에 이르는 선교 네트워크로 확장된 것은 그 자체로 드라마틱한 역사의 기록이다.
이후 그의 행보는 종교의 경계를 넘어 정치, 외교, 사회 전반을 포괄하는 세계평화운동으로 확장된다. 제1권이 통일원리의 형성과 참가정 운동, 종교 화합을 통한 선교 확장을 중심으로 전개된다면, 제2권은 승공운동, 국제 정상들과의 회담, 당대 최대 인파를 동원한 여의도 구국세계대회, 워싱턴 모뉴먼트 대회 등 현실 정치와 국제 질서 속에서 사상을 구현하려 한 대규모 행보를 다룬다. 동시에 빈곤 구제, 환경운동, 남북통일 구상 등 청년·여성·교육·문화·스포츠를 아우르는 활동은 그의 비전이 특정 영역에 머물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선생이 남북통일을 위해 전력투구한 점은 북한에서도 의미 있게 평가된 바 있다. 선생이 2012년 타계해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이 평양 국제컨벤션센터에 분향소를 설치하자, 북한은 조의를 표하고 선생에게 ‘조국통일상’을 수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상은 김구, 여운형, 문익환 등 극히 일부 인사들에게 수여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베링해협 터널과 한일해저터널 구상 등 초국가적 인프라 구상을 추진해 온 점, 그리고 대규모 국제합동축복결혼식을 지속적으로 진행해 온 활동은 국제적 평화운동의 한 흐름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평전은 그를 1991년 영국 ‘선데이타임스’가 선정한 ‘20세기를 만든 1000명의 인물’ 목록에 언급하며 국제적 위상을 확인하는 한편, 그가 스스로를 “세상의 문제 인물”로 인식했다는 자서전적 고백도 함께 제시한다. 이를 통해 그의 삶을 둘러싼 긴장과 논쟁성 역시 숨기지 않는다. 평전은 국내외 저명 학자와 인사들의 평가를 함께 담아 그를 둘러싼 해석의 다층성을 보여준다.
평전에 담긴 거대한 서사는 결국 생애 말기의 “다 이루었다”는 선언과 유언으로 수렴된다. 선생이 남긴 ‘통일원리’ 등 주요 저작들은 교리서를 탈피해 지상과 영계를 연결하는 하나의 세계관 선언으로 제시된다. 또한 ‘한 하나님 아래 인류 한 가족(One Family Under God)’ 구상 역시 이상에 머물지 않고, 참가정 운동과 실천적 공동체를 통해 구체화된 것으로 서술된다. 책 전반에 수록된 선생의 육성 어록들은 인류 구원의 사명을 자임한 한 인간의 내적 진폭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이 평전은 문선명 선생의 삶에 대한 정밀한 기록인 동시에 그것을 거대한 종교·역사적 해석 체계 안에 위치시키는 작업이다. 독자는 이를 통해 한 인간의 개인사가 시대사를 거쳐 섭리사로 확장되는 과정을 마주하게 되며, 그가 평생 제시해 온 ‘인류 한 가족’의 비전이 오늘의 전쟁과 갈등, 분열의 시대에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는지를 다시 묻게 된다. 이 책은 한 종교지도자의 생애를 넘어 인류 구원의 이상을 새로운 문명의 청사진으로 제시하고자 했던 한 문명설계자의 치열한 기록이라 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