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항의하는 개표소 봉쇄 시위가 닷새째 이어지는 가운데 유탄이 엉뚱한 체육계로 날아갔다. 나고야 아시안게임이 개막 100여일을 남겨둔 상황에서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 위치한 각 종목 사무실이 봉쇄돼 업무 마비 위기에 놓였다.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항의 시위가 시작한 지 닷새째인 9일 오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인근엔 여전히 시위 참가자들이 태극기를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었다. 주말보다 참가자가 줄고 구호도 ‘재선거’ 하나에서 ‘부정선거’, ‘당일투표’, ‘수개표’로 늘었으나 경기장의 각 출입구는 여전히 봉쇄돼 있었다.
시위 첫날 개표소에 있던 선관위 등 선거 관계자들은 경기장을 탈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경기장의 ‘원 입주자’인 스포츠 협회들이다. 이날 오전 9시30분쯤 대한세팍타크로협회와 대한수중핀수영협회, 대한민국댄스스포츠연맹 관계자들은 경기장을 찾아 사무실 진입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경기장 내 업무용 물품, 자료를 챙기기 위해서였으나 시위대가 봉쇄를 풀지 않으면서 물거품이 됐다. 이날 오후에도 대한체육회 경기단체연합회 관계자가 체육관을 찾아 두 차례 출입을 요청했으나 시위대 설득엔 실패했다.
각 협회는 대회 일정이나 급여일 등을 앞두고 운영이 마비될 위기에 놓였다. 일부 단체의 경우 급여 지급일이 10일인데, 금요일부터 행정에 차질이 생긴 상태다. 이날 현장을 찾은 경기단체연합회 관계자는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선수들의 항공권 발권도 못 하고 있다. 이곳은 우리 직원들 100여 명의 일터인데 업무를 못하고 있다”며 노트북, 일회용비밀번호(OTP) 등을 가지고 나올 수 있게 수차례 요청했다. 하지만 시위대는 “재발급받으면 되는 일 아니냐. 우리가 왜 모였는지 알긴 하느냐”, “노트북과 USB로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며 거절했다.
전날엔 핸드볼협회가 곤욕을 치렀다. 핸드볼 여성 유소년 국가대표팀 선수들이 훈련용품을 챙기려 경기장으로 향하자 일부 집회 참가자들이 선수들을 “선수 맞느냐”며 막아서는 일이 발생했다. 시위대는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공인구 등을 들고 나오자 “투표 용지가 숨겨져 있는지 확인하겠다”며 소지품을 검색하겠다고 나서는 일도 생겼다.
각 종목 협회들은 나고야 아시안게임 개막을 앞둔 상황에서 시위가 장기화하면 타격도 커질 전망이다. 올 9월19일 개막하는 나고야 아시안게임은 오는 11일이 딱 ‘D-100’을 맞이한다. 체육회와 각 종목 단체들이 대회 준비에 마지막 스퍼트를 밟는 시점이기도 한데, 예상 못한 시위에 발목이 잡힌 모양새다.
대한수중핀수영협회는 당장 22일 인천에서 개막하는 ‘제24회 세계핀수영선수권대회’에 출전해야 하는데, 대회를 10여 일 남기고 손발이 묶이게 됐다. 시위대의 ‘검문’도 우려 요소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핀수영협회로 오는 택배를 시위 참가자들이 다 뜯어 확인했다고 한다. 전국체전 안내문, 의상 등이 오면 모두 뜯어보고 훼손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아시안게임이 100여일 남았는데, 국가대표 선수단에게 피해가 갈까 걱정된다. 체육계로선 해산을 요청할 입장도 아니고, 경찰도 크게 도움을 줄 수 없는 상황이라 들었다. (정치와) 무관한 선수들이 피해를 보고 있어 안타깝다”고 밝혔다.
경기단체연합회 측은 시위대와 우선 이날 오후 6시쯤 업무용품을 가지고 나올 수 있도록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