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간의 ‘일탈’이 필요하거나 ‘파안대소’가 필요하다면 콜롬비아 화가 페르난도 보테로의 그림이나 아일랜드 화가 데스 브로피의 그림을 찾아보자. 그러면 자신도 모르게 마음이 느긋해지고 기분이 몽글몽글해지고 자꾸만 웃음이 삐져나올 것이다.
데스 브로피의 그림은 페르난도 보테로의 그림만큼 크게 볼륨감은 없으나, 유쾌, 상쾌해지는 ‘일탈’이 숨어 있어 정말 좋다. 모델들이 대개 노년층이긴 하지만 나이와 체형에 상관없이 빗속에서 차차차, 술집(펍)에서 하하하, 호호호, 친구들이랑 랄랄라 자전거를 타는 등 청춘보다 더 활기찬 삶의 에너지를 뿜어내고 있다. 게다가 상큼, 발랄한 색채감이 은근슬쩍 그 대열에 끼어 어울려 놀고 싶다는 동조적 분위기를 준다.
그에 비해 페르난도 보테로의 그림은 대부분 유럽 거장의 작품을 패러디한 뚱뚱이들로 금방이라도 빵! 하고 터질 듯한 그 볼륨감이 웃음과 함께 통쾌한 카타르시스와 해방감을 준다.
그럼에도 그는 “나는 뚱뚱이들을 그리지 않는다. 형태와 색채의 풍만함, 즉 양감을 그리는 것일 뿐이다”라고 능청을 떤다. 그는 비록 콜롬비아의 몹시 가난한 집에서 태어났지만 10대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해, 그 이후로 단 한번도 붓을 놓지 않았다고 한다.
예술에 대한 갈망이 너무나 커 유럽으로 건너갔을 때도 벨라스케스, 고야, 반 고흐, 피카소 등 거장들의 작품을 모사하면서도 자신만의 독특한 예술세계를 구축하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그 덕분에 그는 ‘남미의 피카소’란 별칭과 함께 같은 것을 다른 방식으로 보는, 고전 미술에 대한 경의와 재해석, 라틴 아메리카 특유의 활기찬 일상과 문화, 때로는 사회적, 정치적 메시지까지도 그림에 잘 녹여낼 수 있는, 보테리즘의 거장이 된 것이다.
“나는 콜롬비아 밖에서 65년을 살았지만 100% 콜롬비아 사람이다. 15년 동안 뉴욕에 거주했지만, 미국적인 주제나 이미지를 표현한 적은 없다. 예술가는 자신의 뿌리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내 뿌리는 남미다. 콜롬비아에서의 20년이 내 모든 감성의 근원이다”며 콜롬비아 국기 색인 빨강 노랑 파랑을 더 많이 사용하며 조국에 대한 애착을 드러내기도 했다.
아무튼 보면 볼수록 더 재미있어지고 건강해지고 사랑스러워지는 두 화가의 그림들. 40대까지 경찰로 지내다가 선한 품성과 쾌활한 기운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데스 브로피와 미술 세계시장 한가운데에서 라틴 아메리카 미술의 대중성과 예술성을 동시에 확보한 페르난도 보테로. 이 두 화가의 긍정적 빛과 선을 가끔씩 꺼내 쬐면서 즐겁고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때로는 사람보다 예술이 훨씬 더 좋은 친구가 되어 주고, 더 깊은 우정을 나눠주니까.
김상미 시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