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방송계에서 사주·신점·타로 등 무속과 샤머니즘을 소재로 한 콘텐츠가 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와 유튜브, 틱톡 등에서 두드러진다. 최근에는 연애·결혼 상담 등 ‘재미’ 수준을 넘어 경기·주식 등 각종 결과 예측으로까지 과도하게 확대되면서 방송이 무속 ‘맹신’을 조장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9일 방송가에 따르면 최근 사주나 신점을 예능적 장치처럼 활용해 출연자들이 무속인에게 상담을 받는 장면이 각종 프로그램에서 흔하게 노출되고 있다. 지난달 17일 방송된 SBS ‘미운 우리 새끼’에서 배우 전소민은 “힘든 일이 있어 전화했더니 박성훈이 ‘얼마 전 다녀온 곳이 있는데 같이 가볼래?’라며 신점을 보러 가자고 제안했다”고 말하며 경험담을 전했다. 지난 4월22일 SBS ‘동상이몽 시즌2―너는 내 운명’에서는 개그우먼 허안나가 디즈니플러스 ‘운명전쟁49’ 우승자 윤대만 신당을 찾아 상담을 받는 장면이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전파를 탔다.
방송에서 무속인들이 출연자들의 신점이나 사주를 봐주는 수준은 비교적 수위가 낮은 편에 속한다. 문제는 OTT와 유튜브 등에서 고인의 사망 원인을 짐작하거나 경기 결과·주식 상승 여부 등을 점치는 콘텐츠가 범람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2월 공개돼 논란을 일으킨 디즈니플러스 예능 ‘운명전쟁49’다. 무속인 49명이 출연해 각종 미션을 통해 능력을 겨루는 이 프로그램은 순직 경찰·소방공무원의 사인을 미션 소재로 활용해 거센 비난을 받았다.
지난달 25일 틱톡이 선보인 오리지널 콘텐츠 ‘티키티키 타카타카 토크쇼’에서는 무속인 소원아씨와 매화도령이 출연해 월드컵 출전 선수와 국가를 두고 점사를 보며 어느 나라가 좋은 성적을 거둘지 예측했다.
무속은 이미 몇 년 전부터 방송가의 주요 소재로 자리 잡았다. 시작은 답답한 속을 풀어주고 공감을 나누는 과정에서 ‘힐링’, ‘자기계발’ 담론과 결합했다. 급격한 사회 변화와 치열한 취업 경쟁, 장기적인 경기 침체로 불안이 커진 2030세대를 중심으로 사주·신점이 하나의 해방구 역할을 해준 것이다.
반면 OTT, 유튜브는 상황이 다르다. 유튜브에는 주식·가상화폐·부동산 시장을 점치는 무속인 콘텐츠가 넘쳐난다. 이들은 해당 분야의 전문 지식 없이 ‘점’만을 근거로 특정 종목 매수·매도를 노골적으로 권유하고, 댓글창에는 이들의 예측에 도움이 됐다는 반응과 무책임하다는 비판이 뒤섞여 있다. 채널 운영자는 출연 무속인의 전화번호를 노출하며 사실상 홍보 창구로 활용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 콘텐츠를 규제할 제도적 장치가 사실상 없다는 점이다. OTT와 유튜브는 부가통신사업자로 분류돼 방송법이 아닌 전기통신사업법의 적용을 받는다. 이에 따라 방송에 적용되는 내용 심의 규정도 적용되지 않는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방송은 방송법에 따라 심의하지만 OTT와 유튜브 등은 불법·유해정보를 중심으로 규제하고 있다”며 “이용자 민원이 접수돼야 관련 기준에 따라 심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미디어 소비의 중심이 TV에서 OTT·유튜브 등 온라인 플랫폼으로 옮겨간 만큼, 이들 플랫폼에도 방송사와 유사한 수준의 규제와 심의 잣대를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OTT 등은 가치관이 제대로 성립되지 않은 10∼20대 시청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 무분별하게 무속에 빠져들 위험이 크다”며 “특히 무속인들로만 구성된 패널이 문제로, 해외에서는 과학자 등 전문가와 함께 출연시키며 객관성을 유지하려는 시도가 많다”고 말했다.
고정민 미래산업전략연구소 소장은 “OTT와 유튜브 등의 플랫폼은 접근성과 활용도를 고려하면 방송과 맞먹는 수준의 영향력을 갖고 있다”며 “특히 주식·가상화폐 등을 둘러싸고 소비자의 잘못된 판단을 부추길 소지가 있는 만큼, 플랫폼 내 접근 제한 등 법 개정과 같은 제재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도 “결국 소비자가 비판적 사고를 갖고 냉철하게 콘텐츠를 취사선택하고, 문제가 있는 콘텐츠와 플랫폼에 대해 대중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낼 때 플랫폼에서 자율 규제 방안을 마련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