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실거주 중심’의 부동산 세제 강화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부동산 세제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6·3 지방선거로 정부가 세제 개편에 신중한 입장을 취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지만, 이 대통령이 수요 억제에 힘을 실으면서 종합적인 세제 개편 논의에 속도가 붙는 양상이다. 전문가들은 세제 개편에 따른 매물 잠김 현상을 억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9일 관계당국에 따르면 정부는 7월 말 세법개정안 발표를 앞두고 주택의 취득과 보유, 양도에 이르는 전 과정의 과세 체계 개편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정 세목이 아닌 부동산 세제 전반을 검토하는 식으로 과세 구조를 손질하겠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전날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부동산 세제 개편 방향을 시사했다. 그는 “한국의 보유세가 대체로 낮다”, “거주용 아닌 주택에 부담을 늘려야 한다”, “근본적으로 기대 수익률을 낮춰야 한다”면서 세제 전반의 개편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이 ‘실거주’ 원칙을 강조한 만큼, 시장에서는 양도소득세 개편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현행 1세대 1주택자의 장특공제는 보유 기간과 거주 기간에 따라 각각 최대 40%씩, 합산 최대 80%의 공제 혜택을 준다. 정부는 이 중 단순 보유에 따른 공제는 축소 또는 폐지하는 대신 실제 거주 기간 혜택 비중을 늘려 실거주 여부에 따른 과세 차등을 대폭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양도세에 차등을 두는 식으로 실거주자에 대한 혜택은 보장해 주되, 비거주 주택에 대해선 세부담을 강화하려는 취지에서다.
홍기용 인천대 명예교수(경영학)는 “세제개편 과정에서 ‘보유’와 ‘거주’의 개념을 바로잡는 것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 역시 “투기, 투자 목적으로 가지고 있는 거주용이 아닌 주택에 부담을 매겨야 한다”고 했다.
보유세 역시 개편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비영리 연구단체 ‘토지+자유연구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한국의 보유세 실효세율은 0.15%로, 미국 뉴욕 등의 1~2%, 일본 도쿄의 1.7%보다 낮은 편에 속한다. 시장에선 공정시장가액비율 조정이나 공시가격 현실화가 거론된다. 공동주택 기준 69%로 동결된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높이거나, 윤석열정부 때 60%로 낮아진 공정시장가액비율을 다시 높여 보유세 부담을 키우는 방식이다. 일각에서는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등 법률을 개정해 과세표준 구간을 세분화하거나 명목 세율을 인상하는 방식도 함께 거론된다.
주택 매입 단계에서 부과되는 취득세도 보유세와 양도세와 함께 전체 검토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세제 개편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개인이 매물을 내놓을 수 있도록 퇴로를 마련해야 매물 잠김 현상을 피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강성진 고려대 교수(경제학)는 “취득세와 보유세, 양도세 전반을 함께 개편하는 방향성이 맞다고 본다”며 “다만 부동산에 ‘징벌적 세금’을 매긴다는 관점보다 ‘재산’으로 보고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홍 교수는 “세금으로 보유의 부담을 늘린다면, 처분할 때의 세부담은 줄여야 한다”며 “처분 부담을 줄이지 않으면 매물을 내놓는 방향으로 유도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는 전반적인 세제 개편을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 중으로, 이달 말까지 세법개정안의 밑그림을 마련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통령이 “1월부터 소위 말하는 구두 개입을 통해서 눌러놓지 않았으면 엄청 폭등했을 것”이라고 자평한 만큼, 당분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메시지를 활용해 시장의 수요 억제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