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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대미 전선에 北 ‘전략적 우군’ 편입… 동북아 신냉전 심화 [북·중 정상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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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국 전략·군사협력 강화 의미

北 “지역·세계평화 공동 수호”
中과 국제문제 논의 위상 과시

군사 분야 협력 공식 의제 올라
中, 북·러 밀착 의식 영향력 유지
“한·미·일 vs 북·중·러 구도 강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을 계기로 북·중 관계가 전략적 협력을 추구하는 새로운 단계로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이 북한을 한반도 문제에 국한된 관리 대상으로만 바라보지 않고, 미·중 전략경쟁과 역내 안보 질서 재편 과정에서 자국과 공조할 전략적 협력 파트너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9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방북해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와 정상회담을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9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방북해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와 정상회담을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9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 주석은 전날 평양 금수산영빈관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관계 발전 방안을 논의했다. 통신은 “양 정상은 두 당, 두 나라 사이의 고위급 왕래를 통한 전략적 의사소통을 더욱 긴밀히 하고 정치·경제·문화 등 각 분야에서의 교류와 협력을 보다 확대 발전시켜 조·중(북·중) 관계 발전의 새로운 장을 열어 나가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통신은 두 정상이 “전략적 조정·협력을 강화하고 주권·안전·발전 이익을 굳건히 수호하며 지역 및 세계 평화와 발전을 공동으로 수호하는 데 대한 문제들이 논의됐다”며 “만족한 견해일치가 이룩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략적 협조 관계 발전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 역사적 계기”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는 북한과 중국이 이란 전쟁 등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양국이 중장기적 관점에서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우방이라는 점을 대외적으로 선언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중국·러시아 주도 질서에 호응해 경제·안보 분야 이익을 추구하고, 중국은 북한을 자국이 가장 우려하는 일본의 재무장과 미국과의 전략경쟁 등에 대응하는 파트너로 삼으려는 의도가 맞아떨어진 결과라는 분석이다. 2024년 북한이 러시아와 ‘포괄적·전략적 동반자 관계 협정’을 맺은 이후 북·러가 전방위적 협력을 지속하는 상황에서 북·중 관계도 이와 유사하게 전개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대목이다.

9일 북한 평양의 한 지하철역에서 시민들이 모니터를 통해 전날 열린 북중(조중) 정상회담 관련 노동신문 기사를 확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9일 북한 평양의 한 지하철역에서 시민들이 모니터를 통해 전날 열린 북중(조중) 정상회담 관련 노동신문 기사를 확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다만 회담과 관련 양국 간 시각차도 엿보인다. 중국은 북한을 대미 전략 경쟁 구도 속 협력 파트너로 ‘편입’시키고자 하는 의도를 드러냈고, 북한은 중국과 함께 국제 문제를 논의하는 주체로서의 위상을 과시하려는 모양새였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전날 보도에서 시 주석이 자신이 제창한 ‘인류 운명공동체’와 ‘4대 글로벌 이니셔티브’, ‘국제적 공평·정의’ 등을 언급하며 “북한을 포함한 국제사회로부터 폭넓은 지지와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북한 매체에는 ‘인류 운명공동체’와 ‘4대 글로벌 이니셔티브’ 관련 표현은 등장하지 않았다.

 

양국 간 협력에 대해 신화통신은 경제·무역, 농업, 건설, 과학기술, 의료보건 분야 협력 확대와 국경 통상구의 전면 재개와 민항 항공편 등 인적·물적 교류 정상화 조치를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반면 북한 매체는 “정치, 경제, 문화 등 각 분야” 정도에 그쳤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은 중국과의 경제 협력은 원하지만, 자국 체제가 중국식 경제 모델이나 글로벌 공급망 시스템에 종속되는 것을 경계한다”고 말했다. 북한이 ‘우리식 사회주의’와 ‘자력갱생’을 강조하는 만큼, 대중 의존 확대나 개방 기조 전환으로 해석될 여지를 차단하려는 메시지 관리의 일환이라는 것이다.

9일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조선중앙TV 캡처
9일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조선중앙TV 캡처

군사 분야 협력이 외교 공식 의제로 올랐다는 점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북·러 관계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사실상 군사동맹 수준으로 발전한 상황에서 중국이 대북 영향력을 재확인하고 역내 주도권을 유지하려는 의도가 반영돼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군사 분야 협력이 구체적으로 논의됐을 가능성은 회담 배석자 구성에서도 드러난다. 평양 회담장 사진을 보면 북한 측에서 노광철 국방상, 중국 측에서는 둥쥔 국방부장 등을 확인할 수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에 대해 “2019년 북·중 정상회담 당시에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동향”이라고 설명했다.

 

러시아와의 관계를 강화해 경제난 극복과 군사력 고도화에 필요한 동력을 얻은 북한은 중국과의 교류를 통해서 경제·군사적 기반을 더욱 단단히 다질 수 있게 됐다. 이 같은 기조는 동북아시아 정세가 한·미·일 대 북·중·러 구도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을 높인다는 지적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는 “중국 입장에서는 미국이 한국을 대중 견제의 전초기지로 활용하는 데 대응해 북한을 대미 전략 완충지대로 활용하려는 의도가 있다”며 “한반도가 여전히 미·중 전략 경쟁의 완충지역으로 기능하면서 분단 구조의 장기화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