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해외순방 환송장은 통상 의전의 공간이지만, 정치권에서는 당·청 관계의 온도를 읽는 무대로도 해석돼 왔다. 이재명 대통령이 9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열흘간의 유럽 순방길에 오른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 등 당 지도부가 서울공항 환송장에 모습을 보이지 않은 것을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오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과거에도 대통령 순방 때 여당 대표의 ‘환송 불발’은 당과 대통령실 사이의 불편한 기류를 보여주는 장면으로 받아들여진 경우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5년 당시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관계다. 김 대표는 그해 9월 박 대통령이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 뉴욕으로 떠날 당시 서울공항 환송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당시 원유철 원내대표가 박 전 대통령을 배웅했다. 이때는 다음 해 총선을 앞두고 김 대표가 추진하던 완전국민경선제(오픈프라이머리) 등을 놓고 새누리당 내 친박(친박근혜)계와 비박(비박근혜)계 간 갈등이 이어지던 시기였다. ‘배신의 정치’ 논란으로 유승민 전 원내대표가 물러난 지 두 달여밖에 지나지 않은 때이기도 했다. 친박계 공세가 계속되던 상황에서 김 대표가 박 대통령 환송을 하지 않은 것을 놓고 정치권에서는 각종 뒷말이 이어졌다. 김 대표는 박 대통령의 귀국길 마중에도 나타나지 않아 더 많은 추측을 낳았다. 두 사람의 갈등은 다음 달 박 대통령 미국 일정 때 김 대표가 환송에 나서면서 일단락되는 듯했지만, 다음 해인 2016년 이른바 ‘옥새 파동’을 거치면서 폭발했다.
다른 정부에서도 당 대표의 ‘환송 불발’을 둘러싼 논란은 반복됐다. 2022년 6월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차 서울공항에서 공군1호기에 탑승했을 때 당시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 등이 환송에 나섰지만, 이준석 대표는 국회 행사 참석을 이유로 공항에 가지 않았다. 이 대표는 다음 달 국민의힘 윤리위원회 결정으로 당원권 정지 징계를 받았고, 이후 여권 내 갈등은 본격화했다.
2024년 10월에도 비슷한 장면이 있었다. 당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윤 대통령이 동남아시아 3개국 순방을 위해 출국할 당시 재보궐선거 유세를 이유로 환송장에 나가지 않았다. 이때 한 대표는 재보선 선거전략으로 당정 쇄신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었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는 이후 12·3비상계엄 때까지 상당한 갈등을 이어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