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을 계기로 중국이 북한 비핵화 문제에서 한발 물러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러시아에 이어 중국마저 비핵화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면 한국 내에서 제기되어왔던 ‘중국 역할론’이 축소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남북 관계 복원과 북·미 대화 재개에 필요한 동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는 평가다.
중국 외교부가 지난 8일 북·중 정상회담 직후 배포한 보도자료를 보면 양국은 전통적 우호관계 강화와 전략적 협력 확대, 경제·인적 교류 활성화 등을 강조했지만 비핵화문제는 언급되지 않았다. 통일부 당국자는 “2024년 6월 푸틴 러시아 대통령 방북 당시와 유사한 최고 수준의 예우가 이뤄졌다”며 “비핵화와 한반도 문제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중국이 북핵 문제를 정책적 우선순위에서 미룬 것 아니냐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달 열린 제11차 핵확산금지조약(NPT) 평가회의에서 북핵 관련 문구를 둘러싸고 러시아가 이견을 제기, 최종 합의문 채택에 실패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중국의 태도도 바뀐다면 북한 비핵화는 더욱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 중국은 과거 북핵 문제의 핵심 중재자 역할을 해왔다. 그런 중국이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대북 관계에서 전략적 실익 극대화를 추구하면서 북한에 대한 영향력 확대에 집중하면, 북핵 문제는 북·중 관계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게 된다. 중국이 북핵 문제 해결에 곧바로 나설 가능성도 낮아진다. 이는 북한 비핵화를 위한 국제적 동력의 저하와 더불어 중국을 통한 북·미 대화 재개 및 남북관계 복원 가능성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한국 정부가 기대해온 ‘중국 역할론’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커지고, 한국의 전략적 공간이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정부는 중국이 기존 비핵화 입장을 바꿨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박일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중국 역시 한반도 문제에 대한 입장에 변함이 없다는 점을 재확인하고 있으며, 지난달 미·중 정상회담에서도 북한 비핵화가 공동 목표라는 점이 확인된 바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