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호황 덕에 올해 1분기 우리 국민이 국내외에서 벌어들인 실질 국민총소득(GNI)이 지난해 말보다 9.2% 증가해 사상 최고 증가율을 기록했다. 수출 호조와 설비투자 급증으로 1분기 경제성장률 잠정치는 1.8%로 5년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한국은행은 1분기 실질 GNI(잠정치)가 전기대비 9.2% 증가해 지난해 4분기(1.8%) 증가율을 크게 상회했다고 9일 밝혔다. 반도체 수출 가격이 뛰고 실질 국외순수취요소소득(국민이 국외에서 벌어들인 실질소득에서 외국인이 벌어간 소득을 뺀 값)이 11조6000억원으로 늘어난 덕분이다. 실질 GNI는 우리 국민이 국내외에서 벌어들인 소득의 실질구매력을 보여준다.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잠정치도 1.8%로 집계돼 4월 발표한 속보치(1.7%)보다 0.1%포인트 높아졌다. 속보치에 포함되지 못한 최종월의 일부 실적을 반영한 데 따른 조정이다.
명목 GDP 성장률은 전기대비 10.5%로, 1976년 1분기(13%) 이후 50년 만에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17.1% 성장해 1995년 3분기(19.2%) 이후 30년6개월 만에 최고였다. 명목 GDP는 국내에서 생산된 최종생산물의 수량에 그 때의 가격을 곱한 값이다. 물가 상승분을 제거한 실질 GDP와 구분된다.
한은 김화용 국민소득부장은 “1분기 명목 GDP 성장률 상승은 국내 물가 상승이 아니라 수출 기업 수익성이 크게 개선된 덕분”이라며 “명목 GDP 확대는 정부의 재정 부담을 크게 완화하는 가운데 내수 진작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명목 GDP가 큰 폭으로 상승함에 따라 가계부채와 정부부채 비율도 상당폭 낮아질 전망이다. 국제결제은행(BIS) 등 국제기구는 각국의 가계부채, 정부부채를 산출할 때 명목 GDP 대비 비율로 측정한다.
역대급 수출 실적으로 기업이 벌어들인 돈이 늘면서 1분기 총저축률은 41.7%로 전 분기보다 5.7%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1988년 4분기(41.9%) 이후 37년3개월 만에 최고치다. 국민총처분가능소득 증가율(11.2%)이 최종 소비지출 증가율(1.2%)을 큰 폭으로 상회했다. 아울러 이날 발표된 2025년 국민계정(잠정)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GNI는 3만6963달러로 전년보다 0.3% 증가했다. 한화 기준으로는 5257만원, 증가율 4.6%였다.
올해 들어 한국 경제가 ‘깜짝 성장’함에 따라 올해 안에 국민소득 4만달러를 달성할 가능성도 커졌다. 김 부장은 “현재와 같은 높은 명목 증가세가 지속되면 올해 중 1인당 GNI가 4만달러에 근접할 것”이라며 “4만달러 달성이 2028년보다 앞당겨질 가능성이 커진 것은 분명하지만, 기업 실적이나 원·달러 환율 향방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1분기 성장률 급반등으로 올해 성장률도 소폭 상향될 전망이다. 김 부장은 “1분기 실질 GDP 성장률 0.1%포인트 조정은 연간 성장률을 0.1%포인트 높이는 영향이 있다”며 “8월 경제전망 때 변화된 조건에 따라 전망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앞서 한은은 지난달 경제전망에서 올해 실질 GDP 성장률을 2.6%로 제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