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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규모 공방 떠난 자리, 한옥이 브랜드 무대로…북촌 ‘유통가 경험 마케팅’ 격전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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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촌 풍경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한때 공방과 기념품 가게가 골목을 채웠다면, 최근에는 브랜드 플래그십 매장과 팝업스토어가 눈에 띄게 늘었다. 

 

KFC 제공
KFC 제공    

한옥과 골목길을 활용해 브랜드 이야기를 풀어내는 공간들이다. 물건을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보고 머물며 경험하는 공간이 많아졌다. 늘어난 관광객 발길도 이런 변화를 뒷받침하고 있다.

 

10일 한국관광공사 관광통계에 따르면 2024년 방한 외래관광객은 1637만명으로 전년보다 48.4% 늘었다. 문화체육관광부·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2024년 외래관광객조사에서는 방한 목적 중 ‘여가·위락·휴식’이 68.0%로 가장 높았다. 

 

한국을 다시 찾은 재방문객 비율도 54.7%였다. 단순 관광지를 둘러보는 데서 한 발 더 나아가, 한국적 공간과 취향을 소비하는 수요가 커진 셈이다.

 

북촌이 주목받는 이유는 분명하다. 서울 도심에 있으면서도 한옥과 골목의 결이 살아 있다. 브랜드 입장에서는 별도 장치를 많이 더하지 않아도 공간 자체가 이야기거리가 된다. 외국인 관광객에게는 ‘한국적 경험’을, 내국인에게는 익숙한 브랜드를 낯선 방식으로 만나는 기회를 준다.

 

가장 최근 사례는 KFC다. KFC는 오는 14일까지 서울 종로구 북촌 한옥마을 ‘와옥’에서 브랜드 체험형 팝업 ‘켄터키 할아버지의 바삭한 집들이’를 운영한다. 미국 치킨 브랜드의 헤리티지를 한국의 집들이 문화와 한옥 공간에 접목했다.

 

팝업은 회차별 예약제로 운영된다. 방문객은 한옥 안에서 치킨과 음료를 즐기고, 버켓 투호와 포토존 등 체험 콘텐츠를 경험한다. 제품 시식에 머물지 않고 브랜드의 역사와 이미지를 공간 전체로 풀어낸 방식이다. 북촌 한옥은 KFC에 ‘한국식 환대’라는 장치를 제공했다.

 

패션업계도 북촌을 선택했다. 미국 LA 기반 골프웨어 브랜드 말본은 지난달 북촌에 단독 건물형 플래그십 스토어 ‘말본 가옥’을 열었다. 도산대로와 성수에 이은 주요 거점이다. 이름부터 매장이 아닌 ‘가옥’이다. 브랜드 취향이 담긴 집에 손님을 초대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말본 가옥은 제품 판매 공간에 그치지 않는다. 북촌 골목과 한옥 정서를 살려 브랜드의 라이프스타일 이미지를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췄다. 골프웨어를 입어보는 매장이라기보다, 말본이 지향하는 취향과 커뮤니티를 경험하는 공간에 가깝다.

 

뷰티 브랜드 아로마티카는 지난 4월 ‘아로마티카 북촌’을 열었다. 전통 향약 문화를 현대 아로마테라피로 재해석한 플래그십 스토어다. 북촌·종로 일대가 과거 제생원과 혜민서가 있던 지역이라는 점도 공간 기획에 활용했다.

 

방문객은 허브와 에센셜오일 향을 맡고, 두피·피부 상태에 맞는 제품을 체험한다. 지하에는 ESG관을 두고 친환경 철학도 함께 보여준다. 제품 설명을 매대 위에 올려놓는 대신, 향과 동선, 공간을 통해 브랜드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이다.

 

단기 팝업도 북촌을 계속 찾고 있다. 프랑스 퍼퓸 브랜드 트루동은 지난달 북촌 락고재 컬처 라운지 애가헌에서 ‘피겨리 컬렉션’ 출시 팝업을 진행했다. 한옥 안 세 개의 방을 비밀 정원처럼 꾸미고, 향주머니 만들기 등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향수 브랜드가 한옥의 채광과 정원을 활용해 후각 경험을 극대화한 사례다.

 

북촌 한옥 마케팅의 앞선 사례로는 아모레퍼시픽의 ‘북촌 설화수의 집’이 꼽힌다. 2021년 11월 문을 연 이 공간은 1930년대 한옥과 1960년대 양옥을 연결해 만든 플래그십 스토어다. 설화수는 이곳에서 제품 체험뿐 아니라 브랜드가 말하는 한국적 아름다움을 공간으로 보여줬다. 이후 북촌은 뷰티·패션·F&B 브랜드가 ‘한국적 경험’을 구현하는 대표 상권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다만 북촌의 변화가 긍정적인 면만 갖는 것은 아니다. 브랜드 팝업과 플래그십이 늘면 골목 상권의 주목도는 높아진다. 동시에 임대료 상승, 기존 공방의 이탈, 주거지 소음 문제도 커질 수 있다. 북촌은 관광지이기 전에 생활 공간이다. 브랜드가 한옥을 무대로 쓰려면 지역과의 접점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성수가 새로운 브랜드와 트렌드를 보여주는 공간이라면 북촌은 한국적인 공간 경험 자체가 콘텐츠가 되는 상권”이라며 “외국인 관광객 비중이 높고 한옥이라는 차별화된 공간 자산이 있어 브랜드 입장에서는 제품보다 브랜드 철학과 스토리를 전달하기에 유리한 환경”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에는 단순히 매장을 내는 것보다 공간 경험을 설계하는 것이 중요해지면서 북촌을 찾는 브랜드가 더 늘어나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