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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특별법 시행령, 이대로 안 된다”…김동연도 반대한 이유? [오상도의 경기유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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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입법예고안 제15조 클러스터 지정 요건 ‘수도권 外 지역’ 명시 논란
인허가 패스트트랙·예타 면제 등 혜택 차단…7300억대 외자 유치 불투명
金 지사 “균형발전은 제로섬 아닌 플러스섬…실제 산업 생태계 지리 반영”
성장 초기 팹리스·소부장 고사 위기…경기도, 산업부에 공식 반대 의견서

오는 8월 시행을 앞둔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하 반도체 특별법)’이 첫걸음을 떼기도 전에 거센 역풍을 맞고 있다. 정부가 마련한 시행령 초안에 ‘수도권 배제’ 조항이 포함된 것으로 파악되면서 국내 반도체산업의 중심축인 경기도가 반대 의견을 개진하는 등 갈등 양상으로 치닫는 분위기다.

 

지난 2월 김동연 경기도지사(가운데)가 SK하이닉스, 삼성전자 임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단국대학교 용인글로컬 산학협력관에서 상생 타운홀 미팅을 진행하고 있다. 경기도 제공
지난 2월 김동연 경기도지사(가운데)가 SK하이닉스, 삼성전자 임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단국대학교 용인글로컬 산학협력관에서 상생 타운홀 미팅을 진행하고 있다. 경기도 제공

◆‘독소 조항’이 된 시행령 제15조…예타 면제·국비 지원서 수도권 배제

 

9일 경기도와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부가 입법예고를 앞둔 반도체 특별법 시행령(안) 제15조(반도체 클러스터 지정 요건)에는 ‘수도권 외의 지역일 것’이라는 문구가 명시됐다.

 

반도체 클러스터로 지정되면 전력·용수·도로 등 대규모 기반시설 구축에 국비를 지원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총사업비 500억원 이상의 재정 사업 추진 시 거쳐야 하는 예비타당성조사 면제나 우선 선정 혜택도 주어진다. 여기에 각종 인허가 패스트트랙, 국공유지 대부료 감면 등 파격적 특혜가 함께 제공된다.

 

문제는 이번 시행령이 원안대로 통과될 경우 용인, 평택, 화성, 이천 등 경기도에 구축 중인 세계 최대 규모의 ‘K-반도체 메가 클러스터’가 지원 대상에서 사실상 제외된다는 점이다. 경기도는 최악의 경우 정부의 약속을 믿고 진행 중이던 7349억원 규모의 외국계 기업 투자 유치마저 물거품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경기 이천시의 SK하이닉스  본사. 이천시 제공
경기 이천시의 SK하이닉스  본사. 이천시 제공

◆김동연 지사 “생태계 쪼개는 제로섬 경쟁…글로벌 속도전서 패배할 것”

 

그동안 국토 균형발전을 옹호해 온 김동연 경기도지사도 이번만큼은 묵과할 수 없다며 강경한 반대 입장을 천명했다.

 

김 지사는 9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반도체 특별법 시행령안은 이대로 가서는 안 된다”며 산업부에 공식 반대 의견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그는 반도체 생태계의 특수성, 글로벌 패권 경쟁의 속도전, 제로섬이 아닌 플러스섬으로의 전환, 기업의 투자의사 존중 등 네 가지 이유를 들어 조목조목 비판했다.

 

김 지사는 “설계(팹리스)부터 생산, 마케팅,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인력에 이르기까지 반도체는 유기적 생태계가 가장 중요하다”며 “경기도에 앵커기업과 소부장 기업들이 자연스럽게 집적해 온 이유이자, 도가 전력망 지중화 등 인프라를 선제적으로 해결하며 공을 들여온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경기 용인시 원삼면의 용인반도체클러스터 팹 건설 현장. 용인시 제공
경기 용인시 원삼면의 용인반도체클러스터 팹 건설 현장. 용인시 제공

이어 “균형발전이 국가 경쟁력으로 이어지려면 지역별 특성에 맞는 산업을 육성해야지, 이미 짜인 판을 쪼개는 지역 간 ‘제로섬’ 경쟁을 유도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비수도권은 각자의 강점에 맞는 산업을 ‘우대’하고, 경기도의 반도체는 ‘글로벌 경쟁력 강화’ 측면에서 계획대로 지원하는 ‘플러스섬’ 모델이 확립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앞서 도는 지난달 28일 도내 반도체 기업과 관할 시·군 등이 모여 이번 시행령안에 대한 공동 대응 방안을 논의한 뒤 정부에 공식 반대 의견을 제출한 상태다.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화성시 제공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화성시 제공

◆초기 팹리스·소부장 역차별 심화…“현장 외면한 탁상행정” 비판

 

업계 역시 이번 시행령이 반도체산업의 실제 지리와 지형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 역차별 법안이라고 입을 모은다. 특히 대기업보다 자금 여력이 부족한 성장 초기의 팹리스와 소부장 중소기업들이 직격탄을 맞을 것이란 우려가 깊다.

 

성남 판교와 수원 광교 등에 밀집한 중소·스타트업들은 정부나 지자체가 운영하는 공유 플랫폼과 임대 공간을 발판 삼아 성장한다. 그러나 특별법 제15조 4항에서 수도권 입주 기업에 대한 국·공유재산 사용료 및 대부료 감면 혜택을 배제하도록 규정한다면, 높은 지가와 임대료 부담에 시달리는 초기 기업들의 생존을 위협하게 된다.

 

아울러 미국과 일본 등 주요국이 자국 반도체 기업에 천문학적인 보조금을 쏟아부으며 속도전을 벌이는 상황에서, 용인지역에 대규모 산단을 조성하거나 계획 중인 대기업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볼멘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앞선 지방선거에서도 야당인 국민의힘이 ‘반도체 클러스터 사수’를 공약으로 내걸면서 쟁점화된 바 있다. 수도권 배제 우려에 양향자 국민의힘 후보가 당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향해 공세에 나섰고, 실제로 용인·오산 등에선 선거 막판까지 화두가 됐다. 

 

경기도 관계자는 “반도체 특별법은 경기도가 전국 최초로 제안하고 법 제정을 선도해 온 법안”이라며 “글로벌 반도체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대체 불가능한 경기 서남부 클러스터를 신속하게 지원하는 것이 법의 본래 취지에 부합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