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건강하던 20대 여성이 어느 날부터 불안해하고, 잠을 못 자기 시작했다. 가족들에게 공격적인 말을 하는 등 이상한 행동도 보였다. 가족들은 처음에는 스트레스나 정신과 질환으로 생각했고, 병원 치료를 받게 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다른 양상이 나타났다. 이상운동과 의식 저하가 나타난 것이다. 신경과 의료진은 NMDA 수용체 뇌염이 의심했고, 검사 결과 난소 기형종이 발견됐다. 수술을 받은 그는 장기간 중환자실 치료와 면역치료 끝에 스스로 걸어서 퇴원할 만큼 건강을 회복했다.
드라마 같은 이야기 같지만 실제 임상 현장에서 만나는 대표적인 자가면역성 뇌염의 모습 중 하나이다.‘NMDA 수용체’는 뇌 신경세포 표면에 있는 단백질로, 신경세포 간 정보 전달을 돕는다. 기억과 학습은 물론 감정 조절과 사고 기능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런데 우리 몸의 면역체계가 이 수용체를 적으로 오인해 항체를 만들면 뇌 기능에 이상이 생기고 염증이 발생한다. 이를 NMDA 수용체 뇌염이라 한다. 현재 알려진 자가면역성 뇌염 중 가장 대표적인 형태다. 2007년 처음 원인 항체가 발견되며 질환 개념이 널리 알려진 이후 조기 진단 사례가 크게 늘었고, 과거 원인을 몰랐던 일부 급성 정신증이나 원인 불명 뇌염 환자 중 상당수가 이 질환으로 재분류되고 있다. 특히 젊은 여성에서 자주 발생한다. 전체 환자 중 80%가 여성 환자이다. 이 중 약 40% 정도는 난소 기형종과 관련된다. 기형종 안에는 신경조직 성분이 포함될 수 있는데, 이것이 면역반응을 자극해 NMDA 수용체에 대한 항체 형성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젊은 여성 환자의 경우 뇌염 진단과 함께 난소 종양 여부를 반드시 확인하는 이유다. 남성이나 소아에서도 발생할 수 있는데, 이 경우에는 바이러스 감염 후 면역반응이 계기가 되는 사례도 보고된다. 이 질환은 초기 증상이 감기나 정신질환처럼 보여 진단이 늦어지기 쉽다. 두통, 미열, 피로감 이후 불면, 불안, 초조, 우울감, 성격 변화, 망상, 환청, 공격성 증가 등이 나타난다. 그래서 조현병이나 급성 정신증으로 오인되기도 한다. 이후 병이 진행하면 기억력 저하, 언어장애, 경련, 의식 저하가 동반되고, 얼굴을 씰룩거리거나 입, 팔다리를 반복적으로 움직이는 이상운동증이 생길 수 있다. 손과 발이 뒤틀리거나 몸통을 비트는 움직임이 반복되는데, 심한 경우 낙상 위험이 커 각별한 보호가 필요하다.
더 심한 경우에는 자율신경계 이상으로 혈압과 맥박이 급격히 오르내리고, 체온 조절이 되지 않고 호흡부전으로 인공호흡기가 필요할 수 있다. 단순한 정신과 질환이 아니라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중증 신경면역질환이라는 의미다. 중환자실에서 장기간 치료가 필요한 이유도 이러한 자율신경계 이상과 호흡 합병증, 심한 이상운동질환 때문이다.
NMDA 수용체 뇌염의 진단은 혈액과 뇌척수액에서 항체를 확인하고, 뇌 MRI, 뇌파 검사, 종양 검색 검사를 종합해 이루어진다. 특히 뇌척수액 항체 검사가 더 민감한 경우가 많아 의심되면 요추천자가 중요하다. 뇌파에서는 특징적인 서파 이상이 관찰되기도 한다.
다행히 조기 진단과 적극적 치료가 이루어지면 상당수 환자에서 좋은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 치료는 고용량 스테로이드, 면역글로불린 주사 등의 1차 면역치료가 기본이다. 필요하면 리툭시맙과 같은 추가 면역치료를 시행한다. 종양이 발견되면 조기에 제거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치료가 빠를수록 후유증과 재발 위험을 낮출 가능성이 높다. 다만 회복까지 수개월 이상 걸릴 수 있고, 재활치료와 인지기능 회복 과정이 필요하다. 갑자기 사람이 달라진 듯한 행동, 설명되지 않는 정신증상, 경련, 의식 변화가 나타난다면 단순히 “마음의 병”으로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이러한 이상행동 뒤에는 치료 가능한 뇌질환인 NMDA 수용체 뇌염 이 숨어 있을 수 있다. 빠른 진단과 치료가 환자의 삶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첫걸음이다.
김태정 서울대병원 신경과·중환자의학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