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증권사들이 LG전자 목표주가를 잇달아 올리고 있다. 배경은 분명하다. 시장이 LG전자를 전통적인 가전업체가 아니라 로봇, AI 데이터센터 냉각, 전장 사업을 키우는 기업으로 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피지컬 AI 시장 확대의 수혜를 받을 수 있다는 기대도 반영되고 있다. 국내 로봇산업 역시 성장세를 이어가며 관련 시장의 기반이 커지고 있다.
10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이 공표한 ‘2024년 기준 로봇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로봇산업 매출은 2024년 6조1695억원으로 처음 6조원을 넘어섰다.
전년보다 3.2% 늘어난 규모다. 생산 규모도 5조9447억원으로 4.5% 증가했다. 로봇이 연구개발 단계에 머물지 않고 산업 수요로 옮겨가고 있다는 뜻이다.
씨티증권은 지난 9일 발표한 기업분석보고서에서 LG전자 목표주가를 기존 17만원에서 40만원으로 높였다. 상향 폭은 135%다. 씨티증권은 “LG전자가 사업 성장의 초점을 가전제품에서 피지컬 AI로 전환하고 있다”며 “가정용과 산업용을 아우르는 로봇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통해 종합 로봇 솔루션 제공업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LG전자가 가전 사업에서 쌓아온 모터 기술을 로봇 시장의 경쟁력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상업용 서비스 로봇 자회사 베어로보틱스와의 시너지도 긍정적으로 봤다. 로봇은 단순 완제품보다 구동부, 제어, 센서, 소프트웨어가 함께 움직이는 시장이다. LG전자가 기존 제조 역량을 신사업으로 옮길 여지가 있다는 해석이다.
엔비디아와의 협력도 목표가 상향의 핵심 근거로 꼽혔다. LG전자는 로봇, AI 데이터센터, 모빌리티 분야에서 엔비디아와 협력 범위를 넓히고 있다. 지난 4월 말 류재철 LG전자 사장과 매디슨 황 엔비디아 옴니버스·로보틱스 제품 마케팅 수석이사가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한 데 이어, 지난 8일에는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서울 여의도 LG 트윈타워를 찾아 구광모 LG그룹 회장과 회동했다.
양측은 피지컬 AI, AI 인프라, 모빌리티 분야의 중장기 협력을 논의했다. LG전자는 엔비디아의 AI 플랫폼과 로봇 개발 솔루션을 활용해 로봇 학습과 운영, 디지털 트윈 구축 등으로 협력 범위를 넓히는 구상이다.
AI 데이터센터 냉각 솔루션도 LG전자 재평가의 한 축이다. AI 연산 수요가 늘수록 전력과 열 관리가 핵심 인프라로 떠오르고 있다. LG전자는 지난 4월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데이터센터 월드 2026’에서 칩 직접 냉각, 액침 냉각, 냉각 관리 소프트웨어, 전력 인프라 솔루션 등을 공개했다. 가전과 HVAC에서 축적한 열관리 기술을 AI 인프라 시장으로 확장하는 전략이다.
BofA도 지난달 말 LG전자 목표주가를 35만원으로 상향했다. BofA는 로봇, AI 데이터센터 냉각 솔루션, 전장 사업을 LG전자의 핵심 성장축으로 보고 미국 빅테크와의 협력이 장기 성장 기회를 만들 것으로 전망했다.
LG전자도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을 공식화하고 있다. 회사는 올해 초 경영전략 설명에서 AI홈, 스마트팩토리, AI 데이터센터 냉각, 로보틱스 등에 대한 미래 성장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B2B, 구독, webOS, D2C 등 고수익·고성장 사업 비중을 키우겠다는 방향도 제시했다.
시장은 이미 빠르게 반응했다. LG전자 주가는 피지컬 AI 기대감이 반영되며 5월 한 달 동안 큰 폭으로 올랐다. 가전 업황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움직임이다. 투자자들이 LG전자를 전통 제조주가 아니라 AI 인프라와 로봇 밸류체인에 걸친 기업으로 다시 보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관건은 기대가 실적으로 이어지는 속도다.
로봇과 AI 데이터센터 냉각은 시장성이 크지만 고객 승인, 규격 인증, 벤더 등록, 양산 경험이 함께 필요하다. 단기 주가 급등 이후에는 수주와 매출 전환이 확인돼야 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LG전자는 가전과 전장이라는 기존 사업 기반 위에 로봇, AI 데이터센터 냉각이라는 새 성장축이 얹히는 구간에 있다”며 “해외 증권사 목표주가 상향은 단순 테마가 아니라 밸류에이션 기준이 바뀌고 있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