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의 널뛰기 장세 속 지수가 급락한 이틀 동안 개인 투자자들의 마이너스 통장 잔액이 6000억원 넘게 늘어났다. 변동성이 큰 시장에서 지수가 오를 때는 더 큰 상승 기대감으로, 빠질 때는 저점 매수 기회라는 판단으로 각각 ‘빚투’(빚내서 투자) 수요가 증가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사흘 연속 매도·매수 사이드카를 발동한 코스피는 다시 8000선 밑으로 떨어졌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서 개인 고객이 마이너스 통장으로 사용한 대출 잔액은 지난 8일 기준 42조9516억원으로 집계됐다. 역대 월말 잔액과 비교하면 2022년 11월 말(43조1063억원) 이후 3년7개월여 만의 최대치다. 특히 급격한 조정이 있었던 지난 5일(1367억원)과 8일(4719억원) 이틀 동안에만 6085억원이 불어났다.
마이너스 통장 잔액이 늘어난 것은 향후 반등을 기대하며 지수가 떨어졌을 때 사 놓으려는 투자 수요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국내 주식시장이 하락 후 상승하는 반복 패턴을 보이면서 조정이 올 때마다 마이너스 통장 잔액이 증가하고 있다”며 “반등을 기대하며 투자하는 개인이 많은 것으로 관측된다”고 말했다.
빚투의 대표적 방법인 신용거래융자(증권사로부터 돈을 빌려 투자)가 이미 역대 최고 수준이라는 점은, 급락장에서 담보 부족분을 방어하기 위해 현금을 넣는 수요가 증가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신용거래융자는 8일 기준 37조7904억원이며, 지난 5일과 8∼9일 이뤄진 반대매매 규모는 5000억원에 육박한다. 증권사는 빌린 돈으로 산 주식의 가치가 떨어져 최소담보비율 밑으로 내려가면 채권을 회수하기 위해 주식을 강제로 매도할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미수거래 후 3거래일째까지 대금을 채워 넣지 못해 반대매매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 마이너스 통장으로 급한 불을 끄려 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국내 증시는 또다시 극심한 변동성을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장보다 366.11포인트(4.52%) 내린 7730.82에 거래를 마치며 하루 만에 ‘팔천피’(코스피 8000)에서 내려왔다. 외국인이 2조8042억원을 순매도하며 지난달 7일부터 이날까지 23거래일 연속 ‘팔자’를 이어갔다. 기관도 2조2673억원을 팔아치웠다. 반면 개인은 4조8611억원을 순매수했다. 코스닥도 16.18포인트(1.67%) 내린 951.63으로 장을 마감했다.
간밤 중동 긴장과 인공지능(AI) 관련 기술주의 고점 부담이 재부각되면서 뉴욕증시의 변동성이 커졌고, 이 흐름이 국내 증시로 이어졌다.
‘현기증 장세’가 이어지며 코스피에는 3일 연속 사이드카가 번갈아 발동됐다. 8일 서킷브레이커와 매도 사이드카, 9일 매수 사이드카에 이어 이날 오후엔 또다시 매도 사이드카가 울렸다. 증시 변동성 확대는 투자자들의 투자심리 위축으로 이어졌다. 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1∼9일 코스피 거래량은 올해 들어 최저치인 하루 평균 5억1176만주로 집계됐다.
한편 한국은행에 따르면 증시 호조에 주식 거래가 크게 늘면서 1분기 주식 거래 수수료를 포함한 가계의 보험·금융 서비스 지출(25조10억원)은 24년 만에 최대 폭(전 분기 대비 10.8%)으로 증가했다. 1분기 기준으로 보면 신용카드 사용이 늘면서 관련 지출이 크게 늘었던 2002년 1분기(21.4%) 이래 최고이며, 물가 영향을 제거한 실질 지출로도 전 분기 대비 9.6% 증가해 2002년 1분기(13.4%)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한은 관계자는 “주식 거래가 많아져 거래 수수료 지출이 늘면서 전체 보험 및 금융 서비스 지출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