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미래먹거리로 택한 메디테크 산업의 글로벌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해 미국 유전자 분석 장비 기업 ‘엘리먼트 바이오사이언스’의 1대 주주 지위를 확보했다. 삼성전자는 업계 최고 수준의 유전자 분석 기술을 보유한 엘리먼트와의 전략적 협업을 강화해 ‘인공지능(AI) 기반 맞춤형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으로 사업영토를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10일 엘리먼트의 ‘시리즈 E’ 투자에 참여해 1억7500만달러 규모의 추가 지분 투자를 집행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2024년 7월 2억7700만달러의 ‘시리즈 D’ 투자에 참여하는 등 엘리먼트 투자를 지속해왔다.
삼성전자가 엘리먼트에 대규모 투자에 나선 데는 엘리먼트가 가진 차세대 유전자 시퀀싱 기술과 멀티오믹스가 있다. 삼성전자는 엘리먼트의 정밀 의료기술과 삼성전자 웨어러블의 수면 및 운동 등 데이터가 결합해 궁극적으로 개인 맞춤형 의료 서비스로 생태계 확장을 계획하고 있다.
2017년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설립된 엘리먼트는 유전체 분석 정확도를 업계 최고 수준인 99.99%로 높이고 분석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춘 ‘DNA 시퀀싱’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DNA 시퀀싱은 생명체의 설계도라 할 수 있는 DNA 염기 서열을 읽어 유전적 변이와 특징을 확인하는 기술이다.
‘멀티오믹스’는 하나의 기기로 DNA·RNA(리보핵산)·단백질의 물론 세포의 변화까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동시에 분석할 수 있는 기술이다. DNA 시퀀싱이 생명체의 설계도를 읽는다면, 멀티오믹스는 그 설계도가 몸속에서 실제로 어떻게 구현되고 변화하는지까지 함께 들여다보는 것이다. 이런 멀티오믹스는 질병의 근본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고 새로운 약을 개발하는 데 활용할 수 있어 차세대 정밀 의료의 핵심 기술로 꼽힌다.
엘리먼트는 2022년 중형 DNA 시퀀싱 기기 아비티(AVITI)를 출시한 이후 글로벌 시장에서 빠르게 입지를 확대하고 있다. 엘리먼트 시퀀싱 기기는 생명공학 연구소와 병원 연구용으로 쓰이고 있고, 멀티오믹스 제품은 향후 제약사에서 활용될 전망이다. 삼성전자의 최종 목표는 현재 운영 중인 갤럭시 워치 등을 통한 단순한 웨어러블 데이터 수집을 넘어, 정밀 의학을 실현하는 AI 기반 맞춤형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으로 영토를 확장하는 데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7월 웨어러블 기기에서 수집된 개인 생체 데이터를 병원으로 연동하기 위해 미국 전역 500여개 병원과 파트너십을 맺고 있는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 젤스를 인수하기도 했다. 또 갤럭시 헬스케어와 브레인 헬스를 통해 개인 AI 및 디지털 헬스 전문성을, 삼성메디슨을 통해 AI 초음파 진단기기 등 기술도 고도화하고 있다.
시장 전망도 좋다. 시장조사기관 프레시던스 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의료기기 시장 규모는 2025년 6788억8000만달러에서 2034년 1조1469억5000만달러로, 연평균 6% 성장할 전망이다. 특히 AI를 접목한 의료기기 분야의 성장세는 더욱 가파르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에 따르면 글로벌 AI 연계 의료기기 시장은 연평균 42% 성장해 2027년 995억달러(약 136조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몰리 히 엘리먼트 최고경영자(CEO)는 “삼성전자가 엘리먼트에 대한 투자를 확대한 것은 우리의 비전과 기술력 그리고 구성원에 대한 깊은 신뢰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이번 투자를 통해 과학적 발견을 촉진하고 인류의 건강을 증진하는 혁신 기술을 지속해서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노태문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부문 사장은 “삼성전자의 AI, 의료기기, 디지털 헬스 전문성과 엘리먼트의 혁신적인 유전체 분석 기술이 결합해 맞춤형 의료의 미래를 위한 시너지가 창출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삼성전자는 사람들의 건강 증진이라는 목표 아래 정밀 의료기기부터 디지털 헬스까지 폭넓은 분야에서 투자를 지속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