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인 공화당이 주도하는 미국 연방하원이 이민세관단속국(ICE)과 국경순찰대를 지원하는 700억달러(약 106조7800억원) 규모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강도 높은 반이민 정책에 대한 야당과 시민사회의 반발이 이어지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말까지 정책을 밀어붙일 수 있는 동력을 얻게 됐다.
9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 등에 따르면 이날 예산안은 연방하원 본회의에서 찬성 214표 대 반대 212표로 가까스로 가결됐다. 민주당 의원 전원이 반대표를 던졌지만 여당인 공화당이 똘똘 뭉쳐 통과가 이루어졌다. 지난 5일 상원 통과에 이어 이날 하원 문턱을 넘은 예산안은 이제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만 남겨놓게 됐다.
이번 예산안은 트럼프 대통령 임기 종료 시점까지 적용되는 3년 치 규모다. 이로써 트럼프 행정부는 불법 이민자에 대한 추가 구금시설 확보와 단속 인력 확대, 추방 작전 강화 등에 필요한 재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게 됐다. 공화당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표결 뒤 “민주당이 트럼프 행정부의 남은 임기 동안 해당 예산을 삭감하거나, 예산을 막거나, 예산을 인질로 삼을 수 있는 능력을 박탈했다”고 말했다.
이민단속 정책을 둘러싸고 반년 넘게 이어져 온 예산안 처리 교착 상태도 사실상 일단락됐다. ICE 예산 관련 문제는 지난 1월 미네소타주에서 이민단속 요원의 총격으로 미국 시민 2명이 사망한 사건 이후 미 정치권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바 있다. 민주당은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단속 정책 개혁을 요구하며 이민단속 요원들의 마스크 착용 금지와 수색영장 취득 의무화 등 개혁안을 내놨지만 백악관과 공화당이 수용하지 않으면서 교착 상태가 길어졌다.
이로 인해 ICE 소관 기관인 국토안보부(DHS) 예산 처리가 지연됐고, 올해 초 국토안보부가 부분 셧다운(일시적 업무 정지)에 들어가면서 공항 보안 검색에 차질이 빚어지는 등 시민 불편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후 ICE와 국경순찰대 예산을 제외한 국토안보부 예산안이 우선 처리됐고, 이날 공화당 주도하에 나머지 예산안까지 통과되며 개혁 조치 없이 기존 정책이 이어지게 됐다.
이날 예산안 통과에 민주당은 강하게 반발했다. 민주당 하킴 제프리스 원내대표는 “납세자의 세금이 트럼프 행정부의 대규모 추방 정책에 동원되고 있다”며 “미국 시민까지 피해를 보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