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국회 후반기를 앞두고 여야 원내지도부 진용이 갖춰지면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둘러싼 국정조사특별위원회(국조특위) 구성 협상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여야 모두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 책임론에는 한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특검 시기를 비롯해 국정조사 범위와 특위 구성을 두고 입장이 엇갈리며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1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 국민참정권 침해는 대한민국의 모범적인 민주주의 역사에 씻을 수 없는 오점을 남겼다”며 “하루빨리 국회 국조특위를 가동하여 철저히 진상을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특검을 통한 진상 규명도 게을리하지 않겠다”고도 밝혔다. 민주당은 ‘특검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우선 국정조사를 통해 진상을 규명한 뒤 특검에서 다룰 쟁점을 정리하겠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은 ‘국조와 특검 동시 추진’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선관위는 안일함과 무능, 무책임으로 선거판 전체를 극심한 혼란에 빠뜨렸다. 반(反)헌법적 직무유기”라며 “국정조사와 특검을 포함한 가용한 모든 수단을 총동원하여 사태의 전모와 책임 소재를 철저히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원내 관계자는 “국조는 짧은 시간에 약식으로 해야 하지만, 특검은 최장 170일간 할 수 있다”며 “특검이 더 시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야가 국조 실시에는 공감하고 있는 만큼, 양당 원내지도부는 국조특위 출범을 위한 협상에 돌입할 전망이다. 국회는 11일 본회의를 열고 양당이 제출한 국조요구서를 보고할 예정이지만, 국조계획서 의결까지는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특히 여야는 조사 범위를 두고 시각차가 뚜렷하다. 민주당은 투표용지 부족 사태의 발생 경위와 대응 과정의 적정성,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한병도 원내대표는 이날 ‘선거제도 개혁 태스크포스(TF)’ 첫 회의에 참석해 “국민 눈높이와 시대정신에 걸맞은 선거관리 제도를 설계하는 데에 모든 당력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투표용지 인쇄와 배분·보관 절차를 공직선거법에 명확히 규정하고 개표와 당선인 확정 과정의 절차적 투명성을 높이겠다”며 “중앙선관위원장의 상근체제 전환 등 선관위 조직개혁을 위한 ‘선관위법 개정’도 적극 검토하겠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선관위의 관리 부실뿐 아니라 경찰 기동대 강제해산 논란, 투표 종료 전 방송사 출구조사 발표 경위 등 사태 이후의 파장까지 조사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나아가 국민의힘은 일부 지역 투표소에서 나타난 동일 득표 현상에 대해서도 쟁점화하고 있다. 장동혁 대표는 전날 인천시장 선거의 송도1동·송도2동 관내 사전투표에서 국민의힘 유정복 후보와 민주당 박찬대 후보의 득표수가 일치한 점을 거론하며 ‘5억9000만분의 1의 확률’이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 박 수석대변인도 이날 “국민들은 이제 선관위가 발표하는 숫자 하나조차 믿지 못할 지경”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부정선거 주장에 대해선 명확히 선을 그었다. 한 원내대표는 “장 대표의 주장은 의혹이라는 거창한 말로 포장한 음모론에 불과하다”며 “개표 사무절차와 과정을 조금이라도 안다면 하지 못할 저급한 정치 공세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장 대표의 의혹 제기와 관련해선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도 “확률을 무기로 빼 들었으면 그 산식부터 공개해야 한다”며 “가정도 분포도 내놓지 않고 결론만 외치는 것은 계산이 아니라 주술”이라고 꼬집었다.
특위 구성 역시 또 다른 쟁점이 될 전망이다. 다수 의석을 확보한 민주당은 특위 위원을 의석 비율에 따라 배분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국민의힘은 특위를 여야 동수인 9명씩으로 구성하고 위원장은 제1야당이 맡아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여야 대치가 장기화할 경우 ‘윤석열 정권 조작기소 국정조사’ 당시처럼 범여권이 수적 우위를 앞세워 단독 처리에 나설 가능성이 거론된다. 다만 6·3 지방선거 서울시장 선거 패배 원인으로 ‘범여권 독선’이 지목되는 상황에서 여권이 다시 강행 처리에 나서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