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이 태국 당국과 공조해 현지 마약공급 창고에서 대규모 마약 원료물질을 적발·압수했다. 국내 정부기관이 해외 마약 생산기지를 직접 단속한 첫 사례다. 국정원은 10일 “9일(현지시간) 태국 마약통제청(ONCB)과 합동으로 방콕 등 10곳의 마약 원료물질 보관창고를 급습했다”며 “마약 원료로 쓰일 수 있는 아세톤·염산·황산 등 화학물질 49.98t을 전량 압수했다”고 밝혔다. 태국 당국은 이번 작전에 ONCB와 군·경 등 5개 기관 100여명을 투입했고, 국정원도 태국 측 요청에 따라 마약 대응 전문요원들을 현지에 파견해 합동 작전을 펼쳤다.
압수된 분량은 모두 마약으로 제조할 경우 21t 규모의 필로폰, 또는 11억정 규모의 신종 마약 ‘야바’로 만들어질 수 있는 정도다.
국정원은 “7억명이 동시 투약 가능한 분량”이라며 “완성품으로 유통됐다면 시가 8조4000억원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이번 작전은 ONCB의 긴급 요청에 따라 4월7일 국내에서 태국인 마약상인 타파난을 검거·송환한 것을 계기로 시작됐다. 태국 내 마약 유통의 절반 이상을 장악한 것으로 알려진 그는 위장 신분으로 한국에 입국했다. 국정원, 법무부, 경찰을 중심으로 한 전담팀에 검거됐다.
국정원은 최근 한국과 태국 두 나라가 연계된 마약범죄가 심각해지면서 ONCB와 공조를 강화해왔다. 2024년 태국에서 국내로 유입된 마약은 294㎏으로, 전체 마약 밀수량의 39%를 차지하는 규모다.
국정원 국제범죄정보센터는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 전역에 공급되는 마약 생산원점을 붕괴시켰다는 데 의미가 크다”며 “태국을 포함 주요 마약 생산·경유국과의 협력을 지속 강화해 국제 마약 공급망을 선제적으로 차단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