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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법 위반’ 혐의 권순일 전 대법관, 공소기각… 법원 “檢 수사개시권 없어”

김만배씨가 대주주인 화천대유자산관리에서 변호사로 등록하지 않은 채 활동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권순일(67·사법연수원 14기) 전 대법관이 1심에서 공소 기각 판결을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1단독 김대규 부장판사는 11일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권 전 대법관에 대해 공소 기각 판결을 내렸다. 공소 기각은 검사의 공소제기 절차가 법률 규정을 위반하는 등의 경우 법원이 사건 실체를 심리하지 않고 소송을 종결하는 형식재판을 의미한다.

 

권순일(67·사법연수원 14기) 전 대법관. 연합뉴스
권순일(67·사법연수원 14기) 전 대법관. 연합뉴스

권 전 대법관은 퇴직 후인 2021년 1∼8월 대한변호사협회에 변호사로 등록하지 않은 채 화천대유의 행정·민사소송과 관련한 법률 사무를 수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변호사법에 따르면 변호사로 등록하지 않은 사람이 법률대리 행위나 법률상담을 하고 대가를 받으면 처벌받는다.

 

앞서 서울중앙지검은 2021년 9월 권 전 대법관에 대한 사후수뢰죄, 공직자윤리법 위반, 변호사법 위반 혐의 고발장을 접수받고 두 차례 피의자 조사를 진행하는 등 수사를 개시했다. 이후 2022년 1월 검찰은 공직자윤리법 위반, 변호사법 위반 혐의를 경기남부경찰청으로 이송하고, 사후수뢰 혐의에 대해서만 수사를 이어갔다.

 

경찰은 2023년 9월 해당 사건을 서울중앙지검에 다시 넘겼고, 검찰은 추가 수사 끝에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권 전 대법관을 기소했다. 공직자윤리법 위반 혐의는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불기소 처분했다.

 

이날 재판부는 권 전 대법관의 변호사법 위반 혐의는 당시 검찰청법상 검사가 직접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범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짚었다.

 

재판부는 “검사의 수사개시가 인정되려면 검사가 인지한 경우여야 하는데 변호사법 위반 혐의는 검사가 인지한 것이 아니라 고발장에 포함돼 있던 내용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이어 “이 사건은 검찰청법상 검사의 수사개시권이 인정되는 범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검찰이 이 사건을 경찰로 이송한 이유도 수사개시권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재판부는 경찰의 사건 재이송은 대장동 사건과의 종합적 판단 필요성을 이유로 한 임의적 이송에 불과해 검찰이 수사개시권을 갖지 않은 범죄를 우회적으로 수사할 근거가 될 수 없다고 봤다.

 

그러면서 “이 사건 수사는 검사의 수사개시권 제한과 경찰의 수사·종결권 체계를 침해한 위법한 수사”라며 “이에 기초한 공소제기 역시 위법하고, 무효인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권 전 대법관은 선고 이후 취재진에 “법을 법대로 선언한 용기 있는 재판부에 감사하다”라며 “정치적 목적을 위해 법을 왜곡하고 증거를 조작해 죄를 만들어내는 행태를 더는 용납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