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새벽 강원도 강릉 경포해수욕장 백사장에 멸치떼가 100m 이상 띠를 이루며 밀려나온 현상과 같은 날 발생한 울산 해역 규모 2.9 지진의 연관성을 두고 제기된 전조 증상 우려는 과학적 근거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 100m 띠 이룬 경포해변 멸치떼 좌초 현장
강릉시 등에 따르면 이날 새벽 경포해수욕장을 찾은 목격자들은 모래사장을 뒤덮은 멸치떼를 발견했다.
파도에 밀려 올라온 멸치들은 남쪽 백사장 곳곳에 무려 100m 이상 길게 줄지어 늘어섰다.
목격자들은 “발견 당시 일부는 여전히 팔딱이는 상태였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올해 경포해수욕장에서 이 정도 규모의 멸치떼가 해변에 올라온 것은 처음이다.
다만 여름철 동해안에서는 매년 이와 유사한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과거에는 강릉과 양양 및 고성 등 동해안에서 한낮에 멸치떼가 몰려오면 주민들이 맨손과 반두와 뜰채로 건져 가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 전문가 분석에 따른 멸치떼 집단 좌초 원인
전문가들은 멸치떼가 해변으로 몰린 주된 원인으로 두 가지를 꼽는다.
먼저 고등어와 청어 등 상위 포식자에 쫓긴 멸치떼가 얕은 해안으로 밀려났을 가능성이다.
최근 강릉 등 동해안 일대에서 청어가 대량으로 어획되고 있어 이 같은 포식 관계가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두번째로는 냉수대 영향에 따른 급격한 수온 변화다. 냉수대가 형성될 경우 먹잇감을 따라 이동하던 멸치떼가 체온 유지를 위해 급격히 방향을 틀다가 해변으로 몰릴 수 있다.
지진과의 연관성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근거 없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번 울산 해역 지진은 깊이 20㎝에서 발생한 규모 2.9의 미소지진으로 피해는 물론 인체 감지도 어려운 수준이라고 선을 그었다.
◆ 울산 해역 지진과 재난 전조설의 과학적 한계
기상청에 따르면 10일 오전 3시16분 울산 북구 동북동 24㎝ 해역에서 규모 2.9 지진이 발생했다. 진원 깊이는 20㎝다. 기상청은 이번 지진으로 인한 피해는 없다.
이번 지진 발생 시각이 경포해변 멸치떼 발견 시점과 겹치면서 일부 온라인에서 ‘재난 전조’ 주장이 나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해양 생물의 이상행동과 지진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는 현재 과학적으로 입증된 바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국립수산과학원의 해양 관측 데이터에 따르면 동해안 연안에 소형 어류가 집단으로 좌초하는 현상은 주로 연안 용승에 의한 냉수대 발생 시기와 일치한다.
심해의 차가운 물이 표층으로 솟아올라 수온이 급감할 때 온도 충격을 받은 어류가 방향 감각을 상실하고 파도에 휩쓸려 해안으로 밀려오는 물리적 메커니즘이다.
실제 동해안에서 멸치와 정어리 등 소형 어류가 해변으로 대거 몰려드는 현상은 수온 변화와 먹이사슬 이동이 맞물리는 여름철에 자주 나타난다.
강릉뿐 아니라 양양과 고성 등 동해안 주요 해수욕장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해마다 보고된다.
지진계와 관측망 데이터 분석 결과 어류 좌초가 발생한 시점에 지각의 미세한 진동이나 해저 지형 변화 등 지진 전조로 볼 만한 유의미한 물리적 수치 변화는 단 한 건도 관측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