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회사의 인공지능 전환(AX)을 위해 직접 총대를 멨다. 인공지능(AI) 도입을 머뭇거리다간 추후 세계시장에서 도태될 수 있단 우려에 총수들이 직접 나선 것이다.
삼성그룹은 이 회장 주도하에 전자제품 생산을 담당하는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 부문을 시작으로 전 관계사에 외부 AI 서비스를 도입한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의 초청 강연도 마련했다.
SK그룹도 최 회장이 직접 AX를 주도한다. AX 실행 방안을 논의하는 2박 3일간의 AX 토론회를 개최한 데 이어 일본과의 AI 팩토리 협업을 구상하는 등 AI 체질 개선 작업에 본격적으로 돌입했다.
삼성전자는 12일부터 DX부문 업무에 외부 생성형 AI 서비스를 공식 도입한다고 11일 밝혔다. 앞으로 DX부문 임직원들은 사내에서 챗GPT, 제미나이 엔터프라이즈, 클로드를 모두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특정 1개 AI 서비스에 한정하지 않고, 임직원들이 업무별 특성과 목적에 적합한 AI를 쓸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보안 우려로 외부 AI 대신 자체 AI ‘가우스’ 사용을 독려해왔던 삼성전자가 전향적으로 정책을 바꾼 배경에는 이 회장의 결단이 있었다고 한다. 해외 경쟁사들이 우수한 AI를 경영 전반에 적용해 치고 나갈 때 삼성전자가 ‘AI 쇄국’을 고집하다간 뒤처질 것을 우려한 이 회장이 방침을 바꿨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일하는 방식과 조직 DNA를 송두리째 바꿔야 한다”며 “연구개발(R&D)부터 생산, 마케팅, 지원 등 모든 업무에 AI를 접목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단순히 서비스 도입에 그치지 않고 전 직원이 AI 역량을 가질 수 있도록 전력을 기울일 전망이다. 특히 15일에는 올트먼 CEO를 수원 삼성전자로 초청, DX 임직원을 대상으로 ‘DX 인사이트 토크’ 행사를 진행한다. 올트먼 CEO는 이 자리에서 AI 기술이 만들 미래 변화와 AI 기반 업무 혁신 방향에 대해 강연한다. 삼성전자 임직원들과 AI를 활용한 업무 방식 등도 공유할 것으로 알려졌다. 노태문 삼성전자 DX부문장은 “(AI를 통해) 개인의 생산성을 넘어 조직 전반의 실행력을 높이고, 이를 통해 DX부문의 비즈니스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겠다”고 강조했다.
SK그룹은 최 회장 주도하에 11일부터 13일까지 그룹 차원의 AX 실행 방안을 모색하는 ‘2026 뉴 이천포럼’을 진행하고 있다. 행사에는 최 회장과 최재원 수석부회장, 최창원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을 포함한 경영진 50여명이 참석했다. 이번 행사는 ‘AI의 발전 흐름을 따라잡지 못하면 미래 생존을 담보할 수 없다’는 엄중한 위기의식에서 비롯됐다는 게 SK의 설명이다. 포럼 기간 동안 참석자들은 주요 계열사 AX 추진 목표와 로드맵을 공유하고 CEO 토의를 통해 AI 혁신 실행력을 높일 방안을 논의한다. 각 사 사업 상황에 맞는 AX 추진 방향도 다룬다.
최 회장은 내부적으로 AX 기반을 다지는 동시에, 해외에서는 AI 동맹 확대에 시동을 걸었다. 그는 11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과의 인터뷰에서 “일본에서 AI 팩토리를 건설한다”며 “파트너가 될 일본 기업과 계속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AI 팩토리는 고속 통신과 차세대 칩을 활용해 AI 서비스 기능을 극대화한 지능형 데이터센터다. 반도체와 통신, 에너지 인프라 사업이 주력인 SK그룹이 AI 시대 핵심 먹거리로 삼은 분야다. SK는 AI 팩토리를 2027년 한국에서 처음 가동한 후 단계적으로 아시아 전역에 AI 인프라를 확장한다는 구상이다. 막대한 투자비가 들 수밖에 없는 만큼 일본 등 해외 현지 기업과 적극 손잡을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