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보기메뉴 보기 검색

‘야도’ 부산의 야구 등대 [김태훈의 의미 또는 재미]

입력 :
폰트 크게 폰트 작게

부산은 과거 ‘야도’(野都)라고 불렸다. 야당 지지 성향이 대단히 강한 도시라는 뜻이다. 경남 거제에서 태어나 부산을 정치적 고향으로 삼은 김영삼(YS) 전 대통령은 1960년대 박정희정부 출범 후 수십년간 야당 지도자의 길을 걸었다. 1979년 10월 초 여당인 공화당이 주도하던 국회는 야당 총재 YS를 제명함으로써 그의 의원직을 박탈했다. 이는 부산·경남(PK) 지역의 민심을 자극해 ‘부마(부산·마산)민주항쟁’으로 이어졌다. 그로부터 얼마 뒤 박정희 대통령이 10·26 사태로 목숨을 잃고 유신(維新) 정권은 붕괴했다.

 

부산 기장군에 있는 칠암항 남방파제 등대가 해 질 무렵 붉은 노을과 어우러지며 장관을 연출하고 있다. 한국항로표지기술원 제공
부산 기장군에 있는 칠암항 남방파제 등대가 해 질 무렵 붉은 노을과 어우러지며 장관을 연출하고 있다. 한국항로표지기술원 제공

오늘날 부산 시민들에게 ‘야도’가 무슨 뜻이냐고 물으면 아마도 “야구(野球)의 수도 아니냐”고 답할 것이다. 그만큼 부산에서는 야구, 특히 프로야구의 인기가 하늘을 찌른다. 부산을 연고지로 한 롯데 자이언츠 구단을 향한 부산 야구 팬들의 열정은 정평이 나 있다. 오죽하면 2022년 8월 당시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 대사가 부산 사직구장을 ‘깜짝’ 방문해 “한국에서 야구 응원 문화가 가장 유명하다는 사직구장에 꼭 와보고 싶었다”고 말했겠는가. 당시 그는 사직구장 광장에 세워진 롯데 레전드 최동원(2011년 별세) 투수의 동상도 살펴봤다.

 

대한민국 최대의 항구 도시 부산은 ‘해양 수도’라는 별칭도 갖고 있다. YS가 임기 중반인 1996년 중앙 부처로 해양수산부를 창설했을 때 ‘부산을 입지로 염두에 뒀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해수부의 ‘부산 시대’는 출범 후 약 30년이 흐른 2025년 12월에야 실현됐다. 해수부 부산 이전을 밀어붙인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5월 ‘바다의 날’을 계기로 부산을 찾아 YS의 꿈이었던 ‘해양 강국 건설’을 이어받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 해운 산업이 세계의 바다를 호령할 수 있도록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칠암항 남방파제 등대는 야구 배트와 타자들의 헬멧, 야구공, 글러브 등을 형상화해 ‘야구 등대’로 불린다. 한국항로표지기술원 제공
칠암항 남방파제 등대는 야구 배트와 타자들의 헬멧, 야구공, 글러브 등을 형상화해 ‘야구 등대’로 불린다. 한국항로표지기술원 제공

해수부가 ‘이달(6월)의 등대’로 부산 기장군에 있는 칠암항 남방파제 등대를 선정했다. 2010년 업무를 시작한 이 등대는 특이하게도 ‘야구 등대’로 불린다. 높이 10m의 등대 본체는 야구 배트와 타자들이 쓰는 헬멧을 형상화했다. 또 하단부에는 거대한 야구공과 글러브 조형물이 자리잡고 있다. ‘이달의 등대 스탬프 투어’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해수부 산하 한국항로표지기술원은 “세계 유일의 야구 테마 등대”라며 “일상에서 벗어나 바다의 낭만과 야구의 추억을 모두 누릴 수 있다”고 소개했다. 부산 이외 지역 야구 팬들의 방문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