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조8000억원 규모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에서 한화오션이 HD현대중공업을 근소한 차이로 제치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최종 계약에서 유리한 고지를 오른 것은 분명하지만 평가 결과에 대한 디브리핑(평가 결과에 대한 사후 설명) 신청 방침을 밝힌 HD현대중공업이 이의제기, 법적 대응까지 할 경우 사업 일정이 다시 연기될 수 있다.
11일 방위사업청, 방산업계에 따르면 두 업체의 제안서 평가 점수 차는 0.5867점으로 알려졌다. 한화오션은 “사업 진행 절차에 따라 방위사업청과 긴밀히 협의해 지연된 사업 일정을 만회하고 해군 전력 유지에 차질이 없도록 함정 설계·건조 역량을 총동원하겠다”고 밝혔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기술점수에서 크게 앞섰음에도 선정되지 못한 데 대해 아쉽게 생각한다”며 “향후 디브리핑을 신청해 평가 결과에 대한 세부 내용과 근거를 확인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행 방사청 예규상 디브리핑 뒤 평가 결과에 문제를 제기하려면 3일 이내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 방사청은 이의신청 처리 결과를 7일 이내 통보해야 한다. 이의신청 절차 자체는 기한이 정해져 있지만, 가처분 등 법적 대응으로 이어질 경우 사업자 확정과 계약 체결 일정이 늦어질 수 있다. 우선협상대상자는 방사청과 세부 협상을 거쳐 최종 계약 여부가 결정된다.
후속 절차에서 쟁점이 될 수 있는 지점은 보안 감점이다. HD현대중공업은 과거 KDDX 군사기밀 유출 사건에 따라 보안 감점 1.2점을 적용받았다. 감점 폭이 두 업체 평가 점수 차보다 커 평가 결과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HD현대중공업 직원 9명은 과거 KDDX 개념설계도 등 군사기밀을 몰래 촬영해 공유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이 중 8명은 2022년 11월, 나머지 1명은 2023년 12월 유죄가 확정됐다. 방사청은 2023년 12월 유죄가 확정된 1명 사건을 별개 사건으로 보고, 해당 확정 시점을 기준으로 오는 12월6일까지 감점을 적용했다.
방사청은 애초 KDDX 사업자를 2024년까지 선정할 계획이었지만, 사업자 선정 방식과 업체 간 기밀 유출 논란 등으로 2년 가까이 지연됐다. HD현대중공업은 앞서 방사청이 한화오션에 배포한 제안요청서 첨부 기본설계 자료 일부가 영업기밀이라며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고, 보안 감점 연장 적용이 부당하다며 별도 가처분 신청도 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KDDX는 해군 기동함대의 차세대 주력 수상함으로 북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의 위협에 대응할 해상 기반 전력을 보강하는 사업이다. 2030년까지 국산 6000t급 한국형 차기 구축함 6척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KDDX가 전력화되면 바다에서 미사일과 항공기, 해상 표적을 탐지·추적하고 대응하는 능력이 강화된다. 한반도 주변 해역 감시와 해상교통로 보호, 원해 작전 능력도 커질 수 있다. 선체와 전투체계, 다기능레이더 등 핵심 체계를 국내 기술로 개발·건조한다는 점에서도 해군력 보강, 국내 방산기술 축적의 의미도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