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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령인구 주는데 세수 연동돼 ‘펑펑’… 정부, 반세기 된 교육교부금 메스 댄다

정부가 1972년 도입 이후 반세기 넘게 유지되어 온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육교부금) 제도의 ‘자동 연동 구조’를 바꾸기 위해 본격적인 수술에 나선다. 학령인구가 급감하는 추세 속에서도 내국세에 연동돼 해마다 수십조 원의 초과 세수가 초·중·고 교육에만 자동적으로 유입되는 재정 불균형을 바로잡겠다는 취지다. 앞서 윤석열 정부가 남는 교육재정을 고등·평생교육 분야에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하다 교육계의 반발에 부딪혔던 만큼, 이번 전면 개편안이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202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6월 모의평가가 열린 지난 4일 서울 송파구 잠신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시험 준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6월 모의평가가 열린 지난 4일 서울 송파구 잠신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시험 준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 GDP 연동·칸막이 완화 검토

 

14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기획예산처는 ‘교육교부금 제도 개편’을 8월 말 발표할 내년도 예산안 지출 구조조정의 핵심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은 8일 서울 마포구 SVC서울에서 열린 ‘지출구조조정 열린 토론회’에서 “학령인구 감소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고 내국세 연동 구조가 갖는 경직성도 개선해야 한다”며 “현재 초중고 교육에 교육재정의 약 74%가 투입되는 반면 영유아·고등교육·평생교육에는 26%만 배분되고 있는 만큼 교육재정 투입의 불균형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정부가 검토 중인 대안은 교육교부금을 내국세 대신 명목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에 연동하거나, 대학 등 고등교육에도 교부금을 쓸 수 있도록 재정 칸막이를 낮추는 방안 등이다. 현행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에 따르면 내국세의 20.79%가 자동으로 시·도 교육청에 배분된다. 이 제도는 과거 열악한 교육 기반을 개선하는 데 크게 기여했으나, 대대적인 교육 환경 변화를 반영하지 못해 ‘돈이 자동으로 늘어나는 경직적 구조’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실제로 학령인구는 급감하고 있으나 교육 재정은 비대하게 늘어나는 추세다. 주민등록인구상 초·중·고 학령인구(6~17세)는 2016년부터 올해까지 10년 새 100만명 이상 줄어 올해는 500만명을 밑도는 483만7000명으로 추산된다. 반면 교육교부금은 반도체 호황 등에 따른 초과 세수 유입으로 올해 80조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에 따라 학생 1인당 교부금은 지난해 1402만원에서 올해 1600만원 이상으로 급증할 전망이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이 12일 정부세종청사 5동에서 열린 '제6차 기획예산처 확대간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기획예산처 제공.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이 12일 정부세종청사 5동에서 열린 '제6차 기획예산처 확대간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기획예산처 제공.

◆초중고는 ‘돈 잔치’, 대학 ‘고사 위기’

 

이는 시도교육청의 불필요한 예산 집행 등 방만 운영을 초래하고 있단 지적도 뒤따른다. 실제 6·3 전국동시지방선거 당시 전국 교육감 후보자들은 교육교부금에 기댄 ‘현금 살포성’ 공약들을 무분별하게 내놔 도마에 올랐다. ‘학생교육기본수당 월 10만원’, ‘운전면허 취득 30만원 지원’, ‘무상교통비 지원’ 등이 대표적이다.

 

이정환 한양대 교수는 토론회에서 “감사원 보고서 지적사항을 보면 현금성 복지 사업이 3조5000억원 규모로 늘어나고 있고 2000억원 이상 추가 증가하고 있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현금성 지원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며 “복지 지원이 교육감 선거 공약이 되고 공약이 복지 지원이 되는 부작용적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런 가운데 대학을 비롯한 고등교육 체계는 고사 위기에 직면해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교육지표 2025’에 따르면, 한국의 학생 1인당 초·중·등 교육비 지출 증가율(2015~2022년)은 72.1%로 조사 대상 49개국 중 압도적 1위(OECD 평균 13.5%)다. 반면 한국 대학생 1인당 공공 지출액은 6617달러에 불과해 OECD 평균(1만5102달러)의 절반을 밑돌며 38개 회원국 중 그리스·칠레에 이어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올해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고특회계) 역시 16조원 규모에 그쳐 대학생 1인당 예산은 868만원에 불과한 실정이다. 정향우 사회예산심의관은 “교육교부금이 내국세에 연동돼 특정 사유로 크게 늘어나면 전체 교육예산에서 고등교육, 영유아교육, 평생교육 등에 투자할 재원이 줄어들게 된다”고 말했다.

 

◆교원단체 “고정비 유지… 재정 축소 반대”

 

교육계는 거세게 방어하고 있다. 한국교총·전교조·교사노조는 11일 공동성명을 내고 “학생 수 감소를 핑계로 한 재정 축소를 반대한다”며 “학생 수가 줄어도 교실, 급식실, 도서관, 돌봄교실, 특수학급은 유지돼야 하고 냉난방비, 급식비, 안전관리비, 기초학력·특수교육 비용은 사라지지 않는다. 제로 2020∼2025년 학생 수는 6.2% 줄었지만, 학교 수는 1.4% 늘었고, 학급 수는 0.3% 감소하는 데 그쳤다”고 강조했다. 이어 “교육재정이 남아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면서 “2026년 교육비 특별회계 본예산은 93.1조원으로 전년 대비 약 1조원 줄었고, 교수학습활동지원은 14.9%, 학교시설개선은 22.4% 감소했다”고 항변했다.

 

논란이 확산하자 교육부는 내국세 20.79% 연동 구조는 그대로 유지하되 일정 상한을 두고 재초과분을 적립하는 가칭 ‘교육안정화기금’ 조성을 대안으로 검토 중이다. 동시에 ‘예산 방만 집행’이란 비판을 피하기 위해 현금성 지원 지출이 과도한 시·도 교육청의 예산을 최대 100억 원까지 삭감하는 시행령 개정을 추진, 오는 2028년도부터 적용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