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관련해 개혁신당 김정철 최고위원이 추가로 제기한 증거보존신청에 대해 일부 인용 결정을 내렸다. 앞서 법원이 증거 확보를 위해 현장 검증에 나섰으나 보전 대상이었던 투표용지 보관 상자가 폐기돼 찾을 수 없었다. 이번 증거보전 명령에는 폐기 과정에 대한 경위 확인을 위한 내용이 포함됐다.
서울동부지법 민사제51단독 김지연 부장판사는 12일 투표용지 보관 상자 인계 과정에 대한 사실조회 신청과 투표 지연 사태가 발생한 ‘잠실7동 제2투표소’에 준비한 투표용지 매수를 확인할 수 있는 장부 등에 대한 문서 송부 촉탁을 인용했다.
김 부장판사는 결정문을 통해 “추가증거보전신청은 지난 증거보전 결정 검증 대상물의 폐기 여부와 현재 소재를 알기 위한 범위 내에서 받아들이고 나머지 추가증거보전신청은 받아들이지 않기로 한다”고 밝혔다. 인용 부분에는 송파구선거관리위원회에 ‘인쇄매수 1900매’가 적힌 투표용지 보관 상자를 인계한 폐기물 처리업체의 상호와 소재지 등, 해당 업체와 체결한 위탁계약 형태 및 담당자, 상자를 업체에 인계한 일시와 인계 담당자, 상자의 실제 폐기 일시와 방법, 폐기 완료 여부, 폐기를 지시·승인한 내부 결재 라인 등이 포함됐다.
법원은 증거 보전 신청과 법원의 일부 인용이 있었던 시기와 상자 폐기 시점의 선후도 파악하고 있다. 인용된 사실조회 내용에는 ‘6월8일∼9일 각 투표소 반납 물품의 접수·분류 폐기 처리 경위와 기준’이 있었다. 송파구선거관리위원장의 책임 회피 문제도 판단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법원은 ‘전 송파구선거관리위원장의 사임 일시와 폐기 결정·실행 사이의 시간적 선후’도 포함해 사실조회를 인용했다.
송파구선관위가 선거인 명부 50%에 못 미치는 용지를 인쇄했다는 점을 파악하기 위한 부분도 인용됐다. 법원은 ‘1900매 투표용지가 잠실7동 송파 제2투표소에 준비해둔 매수임을 확인하는 일체의 장부 등 관련 서류’를 송파구선거관리위원회가 제출하라고 명령했다. 해당 투표소에서 지난 9일 오전 6시부터 10일 오후 3시까지 투표용지 보관 상자 및 포장재가 반출되는 장면을 촬영한 폐쇄회로(CC)TV 영상에 대한 제출명령 요청도 인용됐다.
다만 김 최고위원이 신청한 ‘개표소 증거보전’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전날 김 최고위원은 봉쇄 시위가 이어지고 있는 잠실 올림픽공원에 보관된 투표지 등에 대한 검증 요청도 신청했다. 김 최고위원은 잠실7동 투표소에 대한 현장 검증이 이뤄진 10일 “내가 확보하고자 한 증거가 전부 개표소에 있다”며 “투표함이 모두 개표소에 있는 건 확실하다”고 밝힌 바 있다.
법원 관계자는 “개표소에 ‘1900매’가 적힌 투표용지 보관 상자가 있는지가 확인되는 게 먼저인데, 그게 소명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전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는 잠실7동 제2 투표소에 보관돼 있다가 사라진 투표용지 보관 상자 중 1개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다만 진위 여부는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전씨가 설립한 원웨이뉴스(구 전한길 뉴스)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선관위가 폐기했다고 밝힌 투표용지 보관상자의 추정 원물이 제보됐다”며 “선관위는 이미 폐기했다고 밝혔지만 관련 추정 원물이 제보되면서 해명의 신빙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해당 물품은 법원의 증거보전 절차 이전에 확보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씨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물품 확보 경위를 묻는 질문에 ‘제보자를 보호하기 위해 설명할 수 없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