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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 분할’ 깨진 경기도의회…‘견제 없는’ 道政 시험대 올라 [오상도의 경기유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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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144석 압승, 167석 중 86.2% 차지…조례·예산 주도권 장악
4년 전 ‘78대 78’ 균형 소멸…국민의힘 22석 그치며 소수 야당 전락
집행부·의회 거머쥔 與 탄생에 ‘독주’ 우려…“소수 목소리 포용이 숙제”

“본예산이 아닌 예비비에서 지출했다고 전액 삭감하더군요. 예비비는 원래 예측하기 어려운 예산 외 지출이나 예산이 부족할 때 쓰라고 마련한 돈 아닌가요?”

 

이달 중순 식사자리에서 만난 경기도 고위 간부의 입에선 볼멘소리가 흘러나왔다. 결산안 심의를 마치고 합류한 그는 한 야당 도의원이 주도한 심의 과정에 불만을 드러냈다. 낙선한 해당 의원이 마지막 도의회 정례회에서 ‘해코지’에 가까운 행태를 보였다는 주장이다.

 

파행을 빚던 제11대 경기도의회 운영위원회. 경기도의회 제공
파행을 빚던 제11대 경기도의회 운영위원회. 경기도의회 제공

진위야 어떻든 간에 지난 4년간 경기도의회는 도 집행부와 크고 작은 마찰음을 내며 적잖은 부침을 겪었다. 도지사 교체기마다 반복되던 전·현 단체장 간 소모적 알력이 사라진 요즘, 민선 9기 경기도정의 안정적 출범을 기대하는 도민들이 조심스럽게 도의회의 반응을 살펴보는 이유다. 

 

◆거대 여당 체제로 재편…추미애 “2년 안에 성과”

 

결론부터 얘기하면, ‘6·3 지방선거’를 거쳐 다음 달 출범하는 제12대 경기도의회에선 이 같은 갈등이 눈에 띄게 줄어들 전망이다.

 

불과 4년 전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78석씩 양분하며 ‘전국 최초’ 여야 동수 광역의회라는 기록을 세웠던 경기도의회에 천지개벽에 가까운 정치 지형 변화가 일어나면서, 극단적 쏠림 현상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14일 정치권에 따르면 전체 의석이 167석으로 늘어난 경기도의회는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이 지역구 133석과 비례대표 11석을 쓸어 담으며 144석을 확보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지역구 13석, 비례대표 9석을 얻어 22석에 그쳤다. 조국혁신당은 비례대표 1석으로 원내 진입에 성공했다.

 

추미애(앞줄 가운데) 경기지사 당선인과 민주당 도의원 당선자들이 지난 10일 광주시 곤지암리조트에서 열린 당선자 워크숍에서 손팻말을 들어 보이고 있다. 민주당 경기도당 제공
추미애(앞줄 가운데) 경기지사 당선인과 민주당 도의원 당선자들이 지난 10일 광주시 곤지암리조트에서 열린 당선자 워크숍에서 손팻말을 들어 보이고 있다. 민주당 경기도당 제공

여당이 의결 정족수를 뛰어넘는 주도권을 거머쥔 변화를 두고 중앙 정권 교체의 후광이라는 해석과 함께 파행으로 얼룩진 제11대 도의회에 도민들이 회초리를 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야당은 11대 도의회 출범 직후부터 대표의원 선출을 둘러싼 계파 갈등, 사보임 충돌, 상임위 개회 무산 등 감정싸움으로 치달았다. 일부 도의원은 공직사회와 언론의 비판에 고압적 태도로 일관했다. ‘공천만 받으면 된다’는 안일한 셈법에 갇혀 있었던 셈이다. 

 

비단 야당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일부 여당 의원들도 당의 정치 철학이나 가치가 아닌, 계파나 친소관계에 따라 일하면서 적잖은 비판을 받았다. 결국 11대 도의회는 여·야·정 협의체를 구성하고도 바람 잘 날 없이 흔들리고 요동쳤다. 

 

이번 선거에서 여당인 민주당은 3선 이상만 16명을 배출하며 탄탄한 허리를 구축했다. 같은 당 추미애 도지사 당선인의 굵직한 핵심 과제들이 신속하게 입법화·예산화될 수 있는 구조다. 

 

추 당선인은 지난 10일 광주시 곤지암리조트에서 열린 민주당 경기도당 광역의원 당선자 워크숍에서 “선거 때 약속한 것을 초반부터 지켜내야 한다”며 “2년 안에 성과를 내는 지방의회를 만들자”고 당부했다. 그가 2년을 언급한 건 임기 초반 성과를 동력으로 삼겠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의회 사무처 관계자는 “12대 도의회는 민주당이 절대다수를 차지한 만큼, 과거 이재명 지사 시절 민주당이 95% 의석을 장악해 거침없는 정책 드라이브를 걸었던 민선 7기의 재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당내 지지 기반이 강한 추 당선인의 정치적 중량감까지 더해져 정책 추진 속도는 한층 빨라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난 9일 시작된 제11대 경기도의회 마지막 정례회에서 김진경 의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경기도의회 제공
 지난 9일 시작된 제11대 경기도의회 마지막 정례회에서 김진경 의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경기도의회 제공

◆도의회 의장·대표의원 선출 놓고 내홍 가능성

 

반면 우려도 깊어지고 있다. 야당의 견제 기능이 사실상 마비되면서 의회 본연의 가치인 ‘견제’와 ‘균형’이 무너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예산 낭비를 막을 날 선 비판도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여당이 수적 우위만 앞세워 독단적으로 도정을 이끌 경우, 소통과 타협이라는 의회 민주주의의 본질이 실종될 수 있는 상황이다.

 

내부 권력 투쟁으로 의회가 공전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과거 10대 도의회 시절 민주당이 압도적 다수를 차지했을 때 도리어 당내 계파 갈등으로 홍역을 치른 전례가 있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거대 여당이 승리에 도취해 독주하기보다, 소수 야당의 목소리를 얼마나 경청하고 포용하느냐가 도의회 성공의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11대 도의회는 이달 25일까지 17일간의 일정으로 마지막 정례회를 이어가고 있다. 이번 회기 동안 2025년도 경기도정 및 도교육청 결산안을 심의하고, 2026년도 도교육청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 등을 처리할 예정이다. 24일까지 열리는 제391회 정례회를 끝으로 공식적인 의사일정을 마무리하게 된다.

 

김진경 의장은 지난 9일 열린 정례회 개회사에서 “지난 4년은 도민의 삶을 지키기 위해 부딪히고 화합했던 희로애락의 순간들이었다”며 “도의회가 도민에게 필요한 답을 함께 만들어가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현장임을 증명했다”고 소회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