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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韓·EU 공동성명 연일 비난… 南은 “평화공존 일관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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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핵화 원칙, 북·러 협력 규탄에
北 “南 평화적 두 국가론은 기만극
핵보유국 지위 절대로 변경 못 해”
대내외 매체 동원 반발 수위 높여
靑 “성명 내용 기존 입장들 재확인”
전문가 “남북 관계 개선 악화 우려”

청와대는 북한이 한·유럽연합(EU)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담긴 비핵화 원칙과 북·러 군사협력 규탄에 반발한 데 대해 “긴 안목을 갖고 한반도 평화공존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청와대는 공동성명에 포함된 관련 내용 역시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대북 메시지가 새롭게 강화된 것은 아니란 입장이다. 그러나 북한이 정부가 추진하는 대북정책인 ‘한반도 평화공존’까지 언급하며 직설적으로 비난하고 나서는 상황이라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여건을 향후 만들어가는 데 한층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 유럽연합(EU) 이사회에서 공동언론발표를 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 유럽연합(EU) 이사회에서 공동언론발표를 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대통령 유럽 순방을 수행해 이탈리아 로마를 찾은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13일(현지시간) 해당 공동성명 내용이 북한 또는 러시아와의 관계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지금 반영된 것들은 우리가 그동안에 취해 오던 입장들”이라며 “새롭게 무슨 러시아나 북한 간의 관계에서 부담이 되리라고 보지는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공동성명 표현이 EU 측의 입장을 반영해 기존 입장보다 강하게 나간 것 아니냐는 일각의 추측에 대해서는 “EU 때문에 더 나간 건 없다”며 “지금 나와 있는 표현들은 우리가 그동안에 가지고 있었던 수위”란 점을 명확히 했다.

 

그러나 북한은 대남부서인 ‘외무성 10국’ 대변인 명의 담화에 이어 외무성 대변인 담화까지 내며 반발 수위를 높였다. 대남 비판에 초점을 둔 전날 담화와 달리, 한·미·일의 대북 비핵화 기조와 확장억제 정책 전반을 문제 삼았다. 14일 노동신문에 따르면 외무성 대변인은 담화에서 제6차 한·미 핵협의그룹(NCG) 회의와 미·일 간 확장억제대화(EDD)에서 북한 비핵화를 언급한 것을 두고 “지역국가들을 겨냥한 핵무기사용을 정책화하고 그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음모하는 마당에서 교전상대방의 핵무장해제를 운운하는 것이야말로 어불성설이며 공허한 망상”이라며 “우리가 결행하는 핵방패구축은 외부로부터의 간섭과 위협을 억제하고 국가의 주권과 안전을 담보하며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보장하기 위한 합법칙적 과정”이라고 주장했다. 10국 대변인은 전날 조선중앙통신에 발표한 담화에서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고 북·러 군사협력을 규탄하는 내용이 포함된 점을 거론하며 “이는 우리 국가에 대한 명백한 주권침해, 엄중한 적대행위로서 지금껏 입 닳도록 떠들어 온 ‘체제존중’, ‘적대행위 불추구’와 같은 위장간판을 스스로 내팽개친 것이나 다름없다”고 맹비난했다. 이어 “한국의 집권자가 거치장스럽게 쓰고 있던 ‘평화’의 가면을 벗어던졌다”며 “한국 집권자가 특유의 ‘솔직함’을 발휘한 것은 앞으로 ‘평화선언’이니, ‘평화적인 두 국가론’이니 하는 기만극도 더 이상 벌릴 체면이 없어졌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재명 대통령과 안토니우 코스타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 우르술라 폰 데어 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10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 EU 이사회에서 공동언론발표를 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대통령과 안토니우 코스타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 우르술라 폰 데어 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10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 EU 이사회에서 공동언론발표를 하고 있다. 뉴스1

조선중앙통신은 대외용, 노동신문이 북한 주민들도 접하는 대내용 매체라는 점에서 14일 외무성 담화는 전날 10국 담화 메시지를 대내외적으로 확대·강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이 핵무력 증강의 정당성을 부각하고 핵보유국 지위 고착화를 위한 명분을 축적하는 동시에 ‘적대적 두 국가’ 노선을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한 것이란 분석이다. 기존 대남 노선에 변화가 없음을 분명히 한 만큼, 남북관계 개선 여건 조성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국제사회의 비핵화 원칙 재확인에 대한 북한의 통상적 반발로 볼 수 있다”면서도 “러·북 군사협력 규탄은 북한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한 이후 EU 국가들이 북한을 ‘실존적 위협’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 반영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정부는 그간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북한을 자극하는 발언을 자제해 왔다”며 “이를 고려하면 기존 입장의 반복이라 하더라도 대북 메시지 관리 측면에서는 다소 스텝이 꼬인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두 담화에 대해 “북한이 최우선 순위를 협상을 통한 타협이 아닌 핵무력의 질적·양적 고도화에 방점을 뒀다는 의미”라며 “한·미·일 안보 공조에 맞서 북·중, 북·러 동맹을 축으로 하는 정면 돌파 노선은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 교수도 “평화공존 정책 원칙까지 구체적으로 비난한 건 대남 적대시 기조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겠다는 뜻”이라며 “한국과 약간의 관계 개선 여지라도 있다면 이런 식으로 얘기하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