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호’가 2026 북중미월드컵 조별리그 첫 경기인 체코전을 역전승으로 장식하면서 32강 토너먼트 진출의 9부 능선을 넘어섰다. 홈 어드밴티지를 안고 싸워 A조 최강으로 평가받는 멕시코마저 19일에 잡아낸다면 조 1위로 32강 진출도 가능하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지난 12일 멕시코 할리스코주 과달라하라의 에스타디오 아크론에서 열린 체코와의 조별리그 A조 1차전에서 2-1 역전승을 거뒀다. 승점 3을 챙긴 한국은 같은 날 남아프리카공화국을 2-0으로 꺾은 멕시코와 승점에선 동률을 이뤘으나 골득실에서 밀려 A조 2위에 자리했다.
체코전 승리로 조 3위 중 성적이 좋은 8개 팀까지 주어지는 32강 진출 가능성은 매우 커졌다. 이번 월드컵부터는 조별리그에서 두 팀의 승점이 같은 경우 골득실이 아닌 승자승 원칙이 먼저다. 조 2위를 다툴 것으로 예상됐던 체코를 누르면서 조 2위 이상의 성적을 거둘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 자체 월드컵 전망 모델을 운영하고 있는 미국 매체 디 애슬레틱은 “1승을 거둔 한국의 32강행 확률은 93%”라며 토너먼트 진출의 9부 능선을 넘었다고 전망했다. 디 애슬레틱은 월드컵 시작 전 한국의 32강 진출 가능성을 70.35%로 점친 바 있다.
이날 체코전에선 각종 기록이 쏟아졌다. 2010 남아공월드컵 그리스전 이후 16년 만에 조별리그 첫 경기를 승리로 장식했다. ‘골든보이’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은 2선과 3선을 오가며 패스 37개를 모두 성공시켜 패스 성공률 100%를 기록했다. 왼쪽 윙백으로 출전해 69분을 소화한 ‘이을용 주니어’ 이태석(오스트리아 빈)은 차범근-차두리 부자에 이어 부자가 함께 월드컵에 출전한 한국인 부자에 이름을 올렸다.
1-1로 맞선 후반 24분 손흥민과 교체돼 들어온 뒤 후반 35분 문전을 쇄도해 황인범의 낮은 크로스에 왼발을 갖다대 역전 결승골을 터뜨린 오현규(베식타시)의 뒤에는 의무진과 아버지의 헌신이 있었다. 오현규는 경기 당일 아침까지도 38도의 고열과 설사 증상으로 침대에서 일어나기조차 힘들어 경기 출전 자체가 불투명했다. 오현규는 경기 뒤 “대표팀 의무팀 분들께서 극진히 보살펴주신 덕분에 경기에 나설 수 있었다”며 공을 돌린 뒤 “이렇게 골을 넣으려고 그렇게 아팠던 것 같다”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체코전 다음날인 13일 대표팀 훈련장인 멕시코 사포판의 치바스 베르데 바예에서 만난 송준섭 대표팀 수석주치의(강남제이에스병원장)와 백정국 의무팀장(서울투탑정형외과 관절·스포츠손상 센터장)은 “오현규 선수가 그런 이야기를 했나요?”라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송 수석주치의는 “오현규는 고지대 적응과정에서 탈수 증상이 있었고, 뒤이어 스트레스가 겹쳐 고열까지 생겼다”면서 “해열제 투입과 수분 보충을 통해 경기에 나설 수 있었다. 구체적인 치료법은 공개할 수 없다. 우리의 비밀 병기”라고 말했다. 백 의무팀장은 “점심식사 후에 회복이 됐고, 경기장 도착 즈음엔 표정도 완전히 바뀌고 거의 정상 컨디션으로 돌아왔다”고 설명했다.
홍명보호 의무팀은 체코전 승리 요인으로 꼽히는 선수들의 ‘고지대 적응’도 성공적으로 끌어냈다. 송 박사는 “고지대 증상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도 피할 수 없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는 공통적인 생리적 현상”이라면서 “홍명보 감독이 고지대 적응이 중요하다는, 명확한 판단을 해줬기에 사전캠프 때부터 선수들 관리를 잘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4년 전 카타르에서는 등번호 없는 ‘27번째 태극전사’로 대표팀과 동행했던 오현규가 4년이 흘러 우상인 황선홍 대전 하나시티즌 감독의 등번호 ‘18번’을 당당히 달고 결승골을 넣은 원동력에는 아버지 오해선(57)씨의 존재감도 빼놓을 수 없다. 경기도 남양주시에서 추어탕집을 운영하는 오씨는 아들을 응원하기 위해 가게 문을 3주간 닫고 멕시코로 날아왔다. 오씨가 추어탕집을 차린 것도 아들의 뒷바라지를 위해서였다. 그는 “자영업을 해야 현규를 따라다닐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생길 수 있었다. 추어탕이 건강식이기도 하고, 형편상 보약을 해줄 수 없다 보니 보약삼아 하루도 빠짐없이 추어탕을 먹였다”고 말했다. 오현규는 “지금부터 한 달 뒤에는 부모님이 가게 문을 열지 않으셔도 되게끔, 제가 남은 경기를 더 잘해서 앞으로도 편하게 모셔야 할 것 같다”며 각오를 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