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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용·성과·책임’ 강조한 李… 선명성 경쟁 정치에 경고장 [與 책임론 강조한 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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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순방 중 이례적 쓴소리

정청래 ‘1인1표제’ 등 게시 직후
李대통령 메시지 바로 나와 주목

지난 3월 ABC론 상황서 언급한
막스베버 인용 ‘균형감각’ 재강조

강성 일변도에 우회적 비판 분석

이재명 대통령이 유럽 순방 도중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국내 정치, 특히 여당을 겨냥한 장문의 메시지를 낸 것은 6·3 지방선거 이후 여권 전반에 켜진 경고등과 맞물려 있다. 선거 결과와 최근 국정 지지율 하락세를 두고 이 대통령이 직접 “죄송하다”고 공개 반성한 상황에서, 집권 여당 역시 진영 논리와 선명성 경쟁보다 포용적이고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주문을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이 특정 인물이나 세력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내 계파 갈등이 심화하는 가운데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 등을 다시 내걸며 강성 지지층에 소구하는 메시지를 낸 직후 나온 글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 대통령이 “신념의 언어보다 책임의 언어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밝힌 것은 집권 여당의 무게중심을 투쟁과 진영 논리에서 성과와 책임으로 옮기라는 뜻으로 읽힌다.

이재명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 한 호텔에서 열린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 한 호텔에서 열린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與 재차 겨냥한 李… 엄중 인식 드러내

 

14일 청와대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유럽 순방 5일차인 13일(현지시간) 엑스(X)에 올린 ‘여당과 야당 그리고 정치적 책임’이라는 글에서 ‘능력과 실적’, ‘포용과 통합’, ‘대화와 소통’을 키워드로 내세우며 수차례 여당으로서의 역할과 책임을 당부했다. 계속되는 해외 일정 속에서도 지난 10일 엑스에 지지율 하락에 대한 반성 메시지를 낸 데 이어 여당을 향한 장문의 글까지 게시한 건 이례적이다. 그만큼 지방선거 이후 여권의 흐름을 바라보는 이 대통령의 인식이 엄중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번 메시지가 나온 시점도 예사롭지 않다. 이 대통령은 이미 지난 8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여당에 변화를 주문했다. 당시 이 대통령은 “여당은 포용·통합의 역할을 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민주당 안팎에서는 전당대회를 앞둔 계파 간 긴장과 강성 지지층을 의식한 메시지가 이어졌다. 이에 이 대통령이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아 다시 “여당의 열정은 ‘우리 진영’이 아니라 ‘국민 전체’를 향해야 한다”고 밝히며 여당의 진영 논리를 거듭 경계한 셈이다.

 

정 대표가 지난 11일과 12일 ‘1인 1표제’,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 등 강성 지지층을 겨냥하는 듯한 페이스북 글을 연이어 게시한 직후 이 대통령의 메시지가 나왔다는 점도 주목받는 대목이다. 여당 지도부는 해당 메시지가 정 대표를 향한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정 대표가 이 대통령 서울공항 환송 행사에 참석하지 못했던 점 등과 맞물리며 정치권에서는 사실상 정 대표를 겨냥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잇따랐다. 이 대통령은 “강한 힘이라면 모든 것을 휩쓰는 격류보다는 모든 것을 담아 정화하는 큰 바다가 더 좋겠다”며 “불가피하게 깨고 나가야(돌파)한다면 깨지는 이들에 대한 배려, 공감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적었는데, 강한 추진력만큼이나 포용과 책임을 갖춰야 한다는 주문으로도 읽힌다. 강성 일변도의 목소리를 내는 여당 지도부를 염두에 둔 우회적 비판인 셈이다.

 

이 대통령 입장에서는 선거 이후 뚝 떨어진 국정 지지율을 다시 끌어올려야 하는데 여당에선 별다른 변화가 감지되지 않고, 권력 투쟁과 지지층 내 갈등만 갈수록 부각되는 게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점 역시 이번 메시지의 배경으로 꼽힌다. 청와대 내부에선 정 대표의 ‘국민은 영원하고, 정권은 짧다’는 발언을 두고 격앙된 기류도 감지되는 가운데 대외적으로는 관련 언급을 자제하며 상황을 지켜보는 분위기다.

이재명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엑스(X)에 게시한 ‘여당과 야당 그리고 정치적 책임’이라는 제목의 글. 이 대통령 엑스 캡처
이재명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엑스(X)에 게시한 ‘여당과 야당 그리고 정치적 책임’이라는 제목의 글. 이 대통령 엑스 캡처

◆막스 베버 또 인용한 李

 

이 대통령은 이번에도 독일 사회학자 막스 베버를 인용하며 여당에 ‘균형 감각’의 중요성을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이미 쟁취한 권력에 근거한 정책 결정과 집행의 결과가 국민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므로 집권 세력은 구호나 주장이 아닌 냉철한 균형 감각에 의한 실행에 집중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 3월30일에도 균형 감각을 강조한 막스 베버를 인용하며 “정치는 현실이다. 국민을 기준으로 판단한다면 이념과 가치, 개인적 성향이 뭐가 중요한가”라고 언급한 바 있다. 당시는 정치인 등을 세 그룹으로 나눈 유시민 작가의 이른바 ‘ABC론’으로 여권 내 갈등 조짐이 일었던 때로, 이 대통령이 이에 대해 에둘러 불편한 내색을 비춘 것이라는 해석이 정치권에서 나오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국민의 위임을 받아 이미 집권했다면 사익 아닌 공익을 향한 가장 뜨거운 열정으로 고민하되, 가장 차가운 균형 감각으로 현실과 이상을 조화시키며, 방해나 난관을 이겨내고 결과에 대해 무한책임을 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전쟁을 통해 점령한 것이라면 배제와 독점이 이상할 게 없지만, 경쟁을 통해 부분의 힘으로 승리해 전체를 대표하게 됐다면 이제 모두를 위한 포용과 개방은 필수”라고 재차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