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순방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신념의 언어보다 책임의 언어에 더 집중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내면서 당내 파장이 이어지고 있다. 대통령이 특정인을 지목하지는 않았지만, 당 안팎에서는 차기 전당대회 연임 가능성이 거론되는 정청래 대표의 강성 노선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이탈리아 현지에서 엑스(X)에 ‘여당과 야당 그리고 정치적 책임’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야당은 여당과 정부에 대한 감시·견제·공격이 중요하지만 여당은 주어진 권력으로 책임을 지는 능력과 실적, 포용과 통합이 중요하다”며 “야당이 군대나 창과 가깝다면 여당은 농사와 그릇에 가깝다는 게 제 생각”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여당의 열정은 ‘우리 진영’이 아니라 ‘국민 전체’를 향해야 한다”면서 “대결과 배제보다 끊임없는 대화 소통을 통해 갈등을 조정하고 반발을 최소화하는 ‘큰 그릇’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지금 당장 우리 손에 이 나라의 운명과 5200만 국민의 삶이 달려 있다. 더 크게, 더 넓게, 더 멀리 보며 더 많은 국민과 함께 가자”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철학자 막스 베버의 말을 인용해 정치인이 지녀야 할 세 가지 자질로 ‘사익이 아닌 대의에 대한 열정’, ‘자신의 행위가 초래할 결과에 대한 무한한 책임감’, ‘현실과 이상 간의 균형감각’을 들었다. 이어 “이상이 없는 현실주의자는 눈앞의 이익만 좇는 기회주의자가 되고 현실이 없는 이상주의자는 해결책 없이 편 가르기에 집중하는 무능한 선동가가 된다”며 “정치가 현실의 제약과 인간의 한계를 무시하고 이상만 고집하면 독선과 진영에 빠지게 되고, 이상을 잃어버리면 단순한 권력 유지로 전락하기 때문에 현실을 바꾸려면 가치와 지향을 잊지 않되 역설적으로 현실을 냉정하게 바라보는 균형감각이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당 지도부는 대통령 메시지에 대한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조승래 사무총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여당이 지방선거 이후에 어떤 자세를 갖고 국정 운영을 해야 될 것인지에 대해 책임성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그걸 특정 인사나 지도부로 좁혀서 접근하는 것은 대통령의 뜻을 왜곡하는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 총장은 그러면서도 “선거 국면 속에서 있었던 여러 현안에 대한 당과 정부 인사들의 메시지가 있었다”며 “그런 메시지가 실제 여론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를 당연히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 총장은 ‘공소취소 특검’, ‘스타벅스 탱크 논란’ 등을 현안 예시로 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