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물가 상승률에 맞춰 근로소득자의 세 부담을 줄여주는 소득세 물가연동제를 올해 세법개정안에 담지 않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우리나라 소득세 비중이 주요국 대비 낮은 데다 고소득층 위주로 감세 효과가 집중되는 점을 우려한 때문이다.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를 일시적으로 완화해 물량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요구에 대해 정부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직후에 다시 완화하는 것은 정책 일관성이 떨어진다”며 부정적 입장을 드러냈다. 정부는 지역균형 발전을 위해 투자와 연구개발(R&D) 등 기업 활동에 대한 세제 지원을 차등화하는 방안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4일 국회에 따르면 재정경제부는 최근 ‘2025년도 국정감사결과 시정 및 처리 요구사항에 대한 처리결과 보고서’를 통해 이런 방침을 밝혔다. 보고서는 지난해 국감 당시 제기된 국회 요구사항에 대한 정부가 답변한 것으로, 오는 7월 말 예정된 세법개정안에 담길 정책 방향을 가늠할 수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재경부는 소득세 물가연동제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 물가연동제는 물가 상승률에 맞춰 소득세의 과세표준 구간과 각종 공제액을 자동으로 조정해주는 제도다. 실질소득은 그대로인데 물가상승으로 세금을 많이 내는 현상을 덜어주지만 조세 안정성을 흔들 수 있다는 우려도 뒤따른다. 물가연동제는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더불어민주당 내 ‘월급방위대’를 중심으로 제안된 바 있다. 월급쟁이 세 부담만 커지고 있다는 인식에서다. 실제 최근 10년간 총국세 수입이 71.6% 늘어나는 동안 근로소득세는 152.4% 증가했다.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이 4월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과세표준 구간을 조정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는 등 야당 내에서도 도입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재경부는 하지만 중장기 과세기반과 과세형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사실상 반대 의견을 밝혔다.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소득세 비중이 5.1%(2024년 기준)로 미국(10.3%), 영국(10.8%) 등 주요국보다 낮아 과세 기반이 안정적이지 않은 현실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또 누진세율 구조 하에서 물가연동제 도입 시 담세력이 큰 고소득층일수록 더 큰 감세 혜택을 보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는 게 재경부 입장이다. 재경부 관계자는 “주요국과 비교해 소득세 자체를 많이 내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물가연동제는 맞지 않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여기엔 물가연동제를 통한 감세보다는 맞춤형 재정지출로 저소득층을 지원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인식도 깔려있다. 실제 재경부는 보고서에서 “소득분배에 효과적이거나 유사·중복 지출 정비가 필요한 제도는 재정지원으로 전환을 추진하고, 근로장려세제(EITC) 개선마련 방안 등 저소득층과 서민·중산층 지원을 위한 조세지출을 강화해 분배 개선을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부동산 세제에 대해 정부는 ‘응능부담’(개인 세금 부담 능력에 따라 공평 과세)을 강조하면서도 ‘국민 수용성’을 원칙으로 함께 제시해 7월 말 세법개정안까지 고심을 지속할 것이란 관측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열린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보유세가 낮다”고 밝힌 바 있다. 시장 안팎에서는 일단 종합부동산세 산출에 있어 일종의 할인율 역할을 하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올리는 방안이 검토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은 문재인정부 당시 95%(2021년)까지 인상됐지만 이전 정부에서 법정 최저한도인 60%까지 완화됐다. 주택(구축) 물량 공급을 위해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를 한시적으로 완화해야 한다는 요구에 대해 재경부는 “투기적 주택 보유 수요 억제 및 실수요자 중심 주택 시장 질서 확립을 위해 5월9일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가 종료됐다. 중과 유예 종료 직후 중과 완화 적용은 정책 일관성·신뢰성을 감안해 신중할 필요가 있다”며 선을 그었다.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상속세 및 법인세와 관련해선 현행 제도를 유지하는 데 무게를 뒀다. 논란 끝에 2024년 12월 도입이 끝내 무산된 금투세에 대해서도 “자본시장 선진화 등 시장 여건이 충분히 조성된 이후 조세정의 및 과세체계 합리화 측면에서 검토 예정”이라고 밝혔다. 상속세 개편과 관련해서도 “사회적 합의를 전제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했다. 법인세의 경우 지난해 세법개정을 통해 모든 과표구간에서 1%포인트씩 상향됐다. 재경부는 “법인세율은 우리나라와 비슷한 경제규모의 국가 대비 법인세율이 높지 않은 점, 재정의 지속가능성 확보 등을 위해 현행 유지 필요”라고 답했다.
정부는 지역균형 발전을 위한 세제개편 방침도 시사했다. 기업이 지방에 각종 투자를 하면 법인세 감면 혜택을 주는 방안을 확대하겠다는 취지다. 재경부에 따르면 현재 수도권과밀억제권역에서 수도권 밖으로 본사를 이전하는 법인에 대해 이전 지역별로 차등(최소 5년 100%+3년 50%, 최대 10년 100%+5년 50%)해 법인세를 감면 중이다. 또 지난해 12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을 통해 감면 기간도 7~12년에서 8~15년으로 확대했다. 재경부는 이에 더해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투자·고용·연구개발(R&D) 등 기업 활동에 대한 세제지원을 지역별로 차등화하는 방안을 추가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근로소득세를 차등화하는 방안은 “근로소득세는 과세권이 전국에 동일하게 미치는 국세로 지역별 근로소득세 차등시 지자체 및 근로자간 형평성 훼손 우려”를 들어 난색을 표했다.
재경부는 아울러 ‘생산적금융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일정 소득 이하 청년에 소득공제 지원 등 기존 ISA 대비 세제혜택을 대폭 확대하는 방안을 올해 세법개정안에 포함시키겠다고 밝혔다. 퇴직연금을 통해 국내주식투자하는 경우 매매차익 비과세를 도입해달라는 요구에 대해서는 “연금계좌는 노후소득 보장을 위해 세액공제, 저율과세 등 일반계좌에 비해 다층적 세제지원 중으로 추가 세제혜택 확대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고향사랑기부제의 세액공제율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기부금에 대한 전액 세액공제는 기부보다는 국비의 지방비 전환으로서 성격이 큰 측면이 있어 단순 한도 상향은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지난해 일몰 종료된 노후차의 개별소비세 감면 재도입과 관련해서는 “개소세 감면제도가 일몰 종료된 이후 1년도 지나지 않은 시점”이라면서 “교체가 필요함에도 계속 운행중인 노후차가 축적된 이후 재도입을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답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