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국회를 통과한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이 1년의 유예를 거쳐 내년부터 시행된다. 누구도 원하지 않지만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의료사고를 우리 사회가 어떻게 다룰 것인가를 묻는 법이다. 핵심은 기소제한 특례이다. 분만·응급·중증 같은 고위험 필수의료에서 중대한 과실이 없고, 설명의무를 다했으며, 책임보험 가입과 손해배상이 이뤄졌다면 의료인에 대한 형사 기소를 제한한다. 그 밖에 분만에 한정됐던 불가항력 사고 보상의 범위는 필수의료 전반으로 넓어지고, 피해자의 명시적 의사에 반해 처벌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 특례도 상해를 넘어 중상해까지 확대된다.
개정안 마련 배경에는 오랜 고민이 있다. 현재는 한 번의 사고가 곧장 수사와 기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두려움 탓에 의사들이 위험한 진료 자체를 기피하게 만든다는 의견이 많았다. 그 결과 사람을 살리는 과목인 산과·소아과·흉부외과·응급의학과 등에서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 반복됐다. 사고의 책임을 의사 개인에게 지우는 구조가 끝내 의료 공백을 키운다는 진단이 쏟아졌다.
개정안은 그 무게중심을 개인에 대한 처벌에서 환자의 구제와 소통으로 옮기려 한다. 사고 발생 시 환자에게 경위를 설명하도록 의무화하고, 의료진이 건넨 위로와 유감의 표현을 재판의 증거로 쓰지 못하게 한 조항이 대표적이다. 고위험 필수의료에 해당하는지, 중대한 과실이 있었는지는 보건복지부 산하에 새로 설치되는 의료사고심의위원회가 가린다. 법조계와 의료계, 환자단체가 함께 참여하는 기구다.
반대 의견도 있다. 환자단체와 적지 않은 법률가는 민사 배상이 형사 책임을 사실상 대체하게 되면 피해자가 ‘돈’과 ‘진실’ 가운데 하나를 택하도록 내몰린다고 우려한다. 범죄 피해자가 재판에서 진술할 권리를 침해해 위헌 소지가 크다는 지적도 있으며, 시행과 동시에 헌법소원으로 이어질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두터운 손해배상으로 피해를 구제하되 명백한 중과실에만 형사 책임을 묻는 해외 사례가 대안으로 언급되지만, 제도와 정서가 다른 우리 현실에 그대로 옮기기는 어렵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다만 몇몇 중증질환자 단체는 ‘처벌 중심에서 피해 구제와 신뢰 회복으로의 전환’이라며 환영의 뜻을 밝힌 바 있다.
결국 이번 개정안은 두 가지의 관점이 정면으로 부딪치는 교차점에 있다. 의료진이 두려움 없이 위험한 환자를 받을 수 있는 환경 조성, 피해자가 잘못의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권리가 양극단이다. 어느 쪽도 가벼이 여길 수 없다. 그래서 이 제도의 성패는 법조문이 아니라 곧 만들어질 시행령에서 갈릴 공산이 크다. ‘중대한 과실’과 ‘필수의료’의 경계를 어디에 그을지, 설명과 사과가 책임 회피의 형식이 아니라 진짜 소통으로 작동하도록 어떻게 담보할지에 달렸다. 실제로는 중대한 과실의 범위가 너무 넓어 지금과 큰 차이가 없을 수 있다는 지적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처벌을 줄이는 일이 환자의 건강과 안전, 사회적인 후생의 증진으로 나타날 때 비로소 이 제도는 의료진과 환자 모두를 위한 안전망이 될 수 있다. 의료진의 두려움이 줄어든 자리를 환자의 신뢰가 채워 넣지 못한다면, 줄어든 처벌은 결국 또 다른 불신만 남길 것이다.
김경수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kyungsoo.kim@barunlaw.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