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파의 장엄함과 북파의 신비, 그리고 장백폭포의 힘찬 물줄기
해발 약 2,470m의 전망대에 오르는 순간 시야가 열리며 천지가 모습을 드러낸다.
백두산 정상부 해발 약 2,190m에 자리한 천지는 푸른 하늘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 맑고 깊은 색을 띤다.
백두산 천지는 한 번의 시선으로는 담아낼 수 없는 풍경이다. 중국 지린성(吉林省) 방면의 서파(西坡)와 북파(北坡)에서 바라본 천지는 같은 호수이면서도 전혀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한쪽은 압도적인 규모와 웅장함으로, 다른 한쪽은 깊은 신비와 변화무쌍한 자연의 표정으로 방문객을 맞는다.
서파에서 천지를 만나기 위해서는 해발 2,400m 지점에서부터 1,442개의 계단을 올라야 한다. 숨이 턱밑까지 차오를 즈음 시야가 열리며 천지가 모습을 드러낸다. 해발 2,189m에 자리한 천지는 푸른 하늘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 맑고 깊은 색을 띤다.
서파의 가장 큰 매력은 탁 트인 조망이다. 천지 전체가 한눈에 들어오고, 호수를 둘러싼 봉우리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햇빛이 수면 위로 내려앉고 구름이 능선을 스쳐 지나갈 때마다 천지는 에메랄드빛과 짙은 남색을 오가며 신비로운 색채를 만들어낸다. 전망대에 선 관광객들은 연신 셔터를 누르며 감탄을 쏟아낸다. 천지를 처음 찾은 이들에게 서파는 백두산의 웅대한 스케일을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곳이다.
반면 북파의 천지는 또 다른 감동을 안겨준다. 차량으로 정상 부근까지 이동한 뒤 전망대에 오르면 봉우리들 사이에 자리 잡은 천지가 눈앞에 펼쳐진다. 서파가 넓고 시원한 풍경이라면 북파는 천지가 산세 깊숙이 품어 안긴 듯한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북파에서는 변화무쌍한 기상이 인상적이다. 짙은 안개가 천지를 가렸다가도 바람 한 줄기에 걷히며 푸른 수면을 드러낸다. 몇 분 사이에도 풍경이 바뀌는 까닭에 방문객들은 숨을 죽인 채 하늘의 변화를 기다린다. 안개가 걷히는 순간마다 곳곳에서 탄성이 터져 나온다. 자연이 허락한 짧은 순간에만 모습을 드러내는 비경이기 때문이다.
북파 탐방로를 따라 내려오면 또 하나의 절경이 모습을 드러낸다. 백두산의 대표 명소인 장백폭포다. 천지에서 흘러나온 물이 협곡을 따라 모여 약 68m 높이의 절벽 아래로 쏟아져 내린다. 거대한 물기둥이 암벽을 때리며 만들어내는 굉음은 산 전체를 울리는 듯하다. 폭포 주변에는 수증기가 피어오르고, 햇살이 비치는 순간 물안개 사이로 무지개가 걸리기도 한다.
장백폭포는 천지의 고요함과는 또 다른 매력을 선사한다. 천지가 하늘을 품은 거대한 호수라면 장백폭포는 그 생명력이 힘차게 흘러내리는 현장이다. 관광객들은 폭포 앞에서 한참 동안 발길을 멈춘 채 자연의 위력에 압도된 표정을 감추지 못한다.
천지는 약 천 년 전 대규모 화산 폭발로 형성된 세계적인 화산호수다. 둘레 약 13㎞, 최대 수심 384m에 이르는 거대한 호수는 지금도 백두산 정상에서 푸른 물결을 품고 있다. 서파에서는 장엄한 파노라마를, 북파에서는 신비로운 자연의 숨결을, 그리고 장백폭포에서는 역동적인 생명력을 보여주며 서로 다른 감동을 선사한다.
구름 사이로 드러난 천지의 푸른 수면은 마치 하늘의 거울 같았다. 수천 년 동안 변함없이 그 자리를 지켜온 천지는 오늘도 백두산 정상에서 하늘과 산, 그리고 사람들의 마음을 비추고 있다. 서파와 북파, 그리고 장백폭포에 이르기까지 백두산은 자연이 빚어낸 거대한 예술작품이자 민족의 영산으로서 깊은 울림을 전하고 있다.

